‘지헤중’, 순간에 충실한 비혼주의자들이 운명을 만날 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시작부터 파격이다.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이하 지헤중)>는 하영은(송혜교)과 윤재국(장기용)의 원나잇으로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고 무얼 하는 지도 모르며 그저 ‘술김에 몸이 끌렸거나’ 혹은 가끔 ‘자신을 다시 긴장시키기 위해’ 하는 섹스. 거기에 사랑이나 운명 같은 거창한 문구는 없다. 하영은과 윤재국은 둘 다 비혼주의자다.

멜로드라마지만 <지헤중>은 이처럼 사랑을 믿지 않는 남녀로 시작한다. 그래서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정반대로 그려나간다. 먼저 서로에 대해 모른 채 원나잇 관계로 시작하고, 그 후 몇 번의 우연적인 만남을 거쳐 서로를 밀어내다 차츰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모습은 결혼은커녕 연애에 있어서도 굳이 사랑 같은 감정놀음을 해야만 하는가 생각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많아진 현 세태를 담는다.

남자 때문에 여전히 상처받는 친구이자 상사인 황치숙(최희서)에게 하영은은 “그만큼 겪었음 위험한 감정놀음 졸업하고 이제 좀 안전하고 무탈하게 살 순 없니? 남자 그게 뭐라고.”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일에 있어서도 또 연애(그저 원나잇일 지라도)에 있어서도 쿨하다. 친구지만 상사이기도 한 황치숙을 챙기는 걸 그저 일로서 쿨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또 그는 남자니 사랑이니 그런 헛된 희망 같은 걸 믿지 않는 인물이다.

윤재국 역시 비혼주의자다. 그는 비혼주의자가 결국은 책임지기 싫다는 변명 아니냐는 석도훈(김주헌)의 말에 선선히 “책임지기 싫다”고 말한다. “누가 누굴 책임질 수 있겠어? 나는 그냥 내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며 이대로 살아가고 싶은 거야. 안전거리 유지하면 기대할 일도 실망할 일도 없거든. 이 순간과 현재에 충실 하는 거야. 일이든 연애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의 이런 순간과 현재에 충실한 삶은 그들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다. 하영은은 패션회사 더 원의 탑브랜드 소노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이고 윤재국은 미스터제이로 불리며 해외 유명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줄을 서는 프리랜서 패션전문 포토그래퍼다.남자 때문에 여전히 상처받는 친구이자 상사인 황치숙(최희서)에게 하영은은 “그만큼 겪었음 위험한 감정놀음 졸업하고 이제 좀 안전하고 무탈하게 살 순 없니? 남자 그게 뭐라고.”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일에 있어서도 또 연애(그저 원나잇일 지라도)에 있어서도 쿨하다. 친구지만 상사이기도 한 황치숙을 챙기는 걸 그저 일로서 쿨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또 그는 남자니 사랑이니 그런 헛된 희망 같은 걸 믿지 않는 인물이다.

윤재국 역시 비혼주의자다. 그는 비혼주의자가 결국은 책임지기 싫다는 변명 아니냐는 석도훈(김주헌)의 말에 선선히 “책임지기 싫다”고 말한다. “누가 누굴 책임질 수 있겠어? 나는 그냥 내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며 이대로 살아가고 싶은 거야. 안전거리 유지하면 기대할 일도 실망할 일도 없거든. 이 순간과 현재에 충실 하는 거야. 일이든 연애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의 이런 순간과 현재에 충실한 삶은 그들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다. 하영은은 패션회사 더 원의 탑브랜드 소노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이고 윤재국은 미스터제이로 불리며 해외 유명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줄을 서는 프리랜서 패션전문 포토그래퍼다.

“디자이너는 일 년에 네 번의 디자인을 한다. 누구나 영원히 사랑받을 클래식이 되길 바라지만 유행이란 찰나의 것. 결국 변하지 않는 건 단 하나 영원한 건 없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하영은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내레이션은 패션 디자인을 통해 이 인물이 삶에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디자인처럼 삶도 영원한 건 없고 그래서 찰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토그래퍼란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내는 직업이다.

그래서 <지헤중>은 패션(그것도 K패션)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그 일의 세계를 치열하게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세계 속에 동화되어 그 방식이 삶으로 체화된 남녀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파열음을 그릴 작정이다. 영원을 믿지 않지만 어쩐지 점점 믿고 싶어지는 과정. 그래서 이들은 이 과정이 만나는 과정이 아니라 ‘헤어지는 중’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연애관과 인생관의 차이는 <지헤중>의 멜로 틀을 파격적으로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런 남녀에게 육체적 관계는 원나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별 의미와 가치를 담지 못한다. 하지만 그 후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일로서 또 감정으로서 만나게 된 그들은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간다. “티 한 잔이 뜨거워야 잠깐이죠.”라며 원나잇 같은 만남이 별것도 아니라고 말했던 하영은은 그 ‘잠깐’의 찰나가 영원히 잊지 못할 삶의 진정한 순간일 수 있다는 걸 알아가지 않을까.

<지헤중>의 멜로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건 그 접근방식이 기존 멜로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떤 만남도 사랑도 영원한 건 없다 여기는 남녀가 맞닥뜨릴 이끌림. 만나는 과정을 담던 멜로가 아닌 ‘헤어지는 과정’으로 그려지는 멜로. 여기에 얹어질 패션이라는 직업을 통한 삶의 은유. 그런 것들이 <지헤중>에서는 기대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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