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의 자아분열, 미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나쁜 현실(‘배앤크’)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부터 믿을 사람은 우리 둘뿐이야.”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류수열(이동욱)은 K(위하준)에게 ‘우리’라는 표현을 쓰며 손을 내밀었다. 이 장면은 양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 K로 인해 ‘자아분열’의 고통을 겪던 류수열이 이제 양심을 위한 선택을 받아들이게 된 상황을 보여준다. K는 결국 나쁜 짓을 하려던 류수열의 욕망에 제동을 건 마지막 양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그의 자아이기 때문이다.

류수열은 문양경찰청 반부패수사계 팀장이다. 부패 경찰들을 내사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래서 첫 회에 김계식(이화룡) 마약범죄 수사계 팀장을 내사하는 류수열에게 그 팀원이자 류수열의 옛 연인이었던 이희겸(한지은)은 불쾌한 심사를 드러낸 바 있다. 누가 봐도 류수열은 승진을 위해서는 동료 형사들도 몰아세우는 ‘나쁜 형사’로 보였고 실제로 곽봉필(성지루) 계장은 물론이고 실상은 범죄자인 도유곤 의원(임기홍) 앞에서도 충성스런 개가 될 것을 다짐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때마다 갑자기 류수열의 그런 ‘나쁜 선택들’을 방해하는 K가 등장한다. 그리고 알고 보면 K는 류수열의 양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다. 겉으로는 성공하기 위해 갖가지 나쁜 선택들을 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만들어낸 자아. <배드 앤 크레이지>는 이러한 이중인격을 K라는 구체적인 캐릭터로 등장시켜 나쁜 마음과 양심이 서로 대결하는 과정을 실제 액션과 싸움으로 그려낸 점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그래서 처음에는 류수열과 K가 서로 대립하고 툭탁대지만 차츰 동료형사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헤어졌지만 여전히 마음에 있는 이희겸이 누명을 쓰고 체포되자 드디어 이 분열된 자아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공동의 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처음 류수열에게 내사를 받으며 마치 동료를 챙기는 형사인 척 했던 김계식이다. 김계식은 동료형사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마약조직의 수장인 용사장(김히어라)과도 손을 잡는다.

류수열이 K라는 이중인격으로 자아분열을 일으켰다면, 김계식은 착한 형사인 척 하는 두 얼굴의 소유자다. 그래서 K와 공조를 선택한 류수열과 두 얼굴 김계식의 대결이 흥미진진해진다. 둘 다 두 개의 상반된 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 양상은 정반대다. 류수열은 나쁜 척 하지만 양심을 선택한 형사고, 김계식은 착한 척 하지만 동료들까지 죽인 극악무도한 형사다.

<배드 앤 크레이지>는 이중인격이 공조해 싸우는 그 대결구도와 액션만 따라가도 충분한 재미를 주지만, 거기에는 또한 이러한 자아분열까지 일으키는 나쁜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김계식 형사나 처음 등장했다 살해당한 도유곤 의원처럼, 선한 척 두 얼굴을 위장하며 살아가는 그런 인물들이 득세하는 현실은, 정반대로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그 선택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에둘러 말해준다.

류수열의 이중인격은 그래서 심지어 자아분열까지 일으키게 만드는 현실을 드러낸다. 그 누구는 성공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부정한 일들을 눈 감거나 혹은 해야 하는 나쁜 현실 때문에 우리는 양심과 성공 사이에서 자아분열을 일으키는 삶을 버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여기서 <배드 앤 크레이지>라는 제목은 다시 보인다. 그 나쁜 현실과 싸우는 일은 어찌 보면 미친 짓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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