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글맞지 못한 이동욱과 썩 잘 놀지 못하는 위하준(‘배앤크’)
배드도 크레이지도 하지 않은 따분한 형사물이라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일단 꽤 기대가 가는 드라마다. 언뜻 영화 <파이트클럽>이 생각나는 설정이지만, 그 자체도 한국식 형사물로 풀어보면 재밌을 법한 소재였다. 또 쌩쌩하게 달리는 K(위하준)와 류수열(이동욱)의 오토바이가 부각된 예고편 역시 기대감을 품게 했다. 뭔가 스피드하게 달리는 액션 수사 미스터리 활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주연배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이동욱은 OCN <타인은 지옥이다>와 tvN <구미호뎐>을 통해 장르물 배우로서의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흔치 않은 창백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이 미남은 장르물과 궁합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급부상한 위하준 역시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오징어게임>의 경찰 준호 캐릭터는 확실한 신스틸러였지만, 그의 매력을 다 보여주기에는 분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반을 치닫고 있는 <배드 앤 크레이지>는 코믹과 액션, 마약수사 범벅에 종종 잔인하고 시끄럽지만 썩 흥미롭지는 않다. 일단 이동욱의 속물적이고 코믹한 형사 연기는 생각보다는 매력적이지 않다. 이런 속물스러운 생활연기를 잘하는 중견배우들은 많지만, 이동욱은 그 계열이 아니다. 그의 코믹 연기는 능청맞은 생활연기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 로맨틱코미디였다면 나쁘지 않았겠지만, 나쁜데 미워할 수 없는 형사 류수열의 능글맞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보여주기는 좀 가볍다.

그의 또 다른 인격인 정의롭고 시끄러운 K의 위하준도 좀 난감하기는 하다. 위하준은 개구쟁이처럼 웃지만, 그의 매력은 JTBC <18어게인>이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처럼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 위에 반전처럼 얹어질 때 매력적이다. 위하준은 한없이 날뛰는 캐릭터를 가지고 썩 그렇게 잘 노는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두 배우의 합도 뭔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감이 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보다 캐릭터의 심심함이 사실상 더 문제다. 어쩌면 그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류수열은 전형적인 속물에서 개과천선한 형사의 캐릭터에서 큰 변주가 없다. K가 아니라면 별 매력이 없는 주인공인 것이다. 그렇다고 K 역시 극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존재감이 없다. 그냥 시끄럽고 몸 잘 쓰는 녀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차라리 극의 전개가 호쾌하게 나쁜 놈 때려잡고 달리는 식이었다면 또 모르겠다. 캐릭터는 단조로워도 이야기만 내달린다면 시간순삭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배드 앤 크레이지>는 예고편과 달리 느릿느릿 걸어가는 마약수사와 내부 형사 비리에 관한 드라마다.

결국 <배드 앤 크레이지>는 잘 만든 추리물처럼 퀄리티 높게 사건이 맞물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뭐 딱 떨어지게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이사이 들어간 코믹 장면 때문에 오히려 맥이 빠지는 경우도 많다. 긴장과 스릴 사이에 잠시 양념처럼 들어가는 코믹이 아니다. 긴장감과 스릴감이 없기에 코믹 장면으로 시선을 끌려는 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K와 류수열의 일심동체가 주는 호쾌한 액션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장면에서 반짝 빛날 뿐, 다른 전개에서는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극의 중반에 이르면서 점점 시청자들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시청자들이 형사물에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진지한 방식이라면 복잡하고 정교한 플롯을 원한다. 코미디라면 빠르고 화끈하게 질주하길 바란다. <배드 앤 크레이지>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형사물의 토끼 두 마리를 다 놓쳤다. 두 개의 인격을 지닌 형사라는 소재는 흥미롭다. 허나 그것만으로 드라마가 배드하고 크레이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잘못된 만남으로 지루하고 뻔한 형사물의 세계로 힘겹게 걸어가는 추세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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