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tvN 토일드라마 <불가살>은 또 다른 반전을 제시했다. 최후의 일전을 벌이던 옥을태(이준)가 단활(이진욱)에게 이렇게 둘이 싸우다 죽길 바란 게 바로 민상운(권나라)이라고 말한 것. 그러면서 불가살은 한 쌍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죽이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옥을태의 이 이야기는 그간 불가살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탄생하고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 드라마의 설정을 뒤집는다. 600년 전 단활이 불가살이 된 건 당시 불가살이었던 여인(훗날 민상운으로 환생할)이 칼로 단활을 찔러 그 혼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단활의 혼을 가진 여인은 불가살의 저주에서 풀려났고 단활의 칼에 죽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단활은 가족이 모두 살해당했다는 고통 속에서 죽지 못한 채 600년 동안을 환생한 그 여인을 찾아다녔다. 그 여인을 칼로 찔러 빼앗겼던 혼을 되찾아 그를 불가살로 만들고 영원히 우물 속에 가둬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그 여인의 환생인 민상운을 찾아낸 단활은 복수를 하지 못했다. 민상운의 여동생 민시호(공승연)가 전생에 죽은 아내의 환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불가살인 옥을태가 등장하면서 이들은 한 편이 되어 옥을태와 싸우게 됐다. 그런데 그 때마다 옥을태는 이상한 말을 했다. 자신과 단활이 사실은 한 편이고, 그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서로가 아니라 민상운이라는 것.

그리고 결국 단활과 옥을태가 마주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일 때, 옥을때가 또 다른 불가살에 얽힌 새로운 얘기를 꺼낸 것이다. 불가살이 영원히 죽지 않는 건 ‘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둘이 한 쌍으로 태어나 둘 다 동시에 죽이지 않으면 다시 살아나는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반전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고 그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어쩌면 <불가살>은 바로 이런 숨겨진 전생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관계의 변주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단활이 민상운을 죽이려 만났다 한 편이 되고, 함께 연합해 옥을태와 싸우게 된 것. 하지만 옥을태는 또 다시 이것이 모두 민상운의 계획이라고 뒤집는다.

하지만 반전은 스토리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자주 벌어지게 되면 스토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판타지 설정의 드라마가 처음 한 번 설정한 판타지를 끝까지 이어가지 않고 중간 중간 마치 ‘필요에 의해’ 설정을 바꾼 듯한 전개로 나가는 건 그래서 득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이렇게 천 년에 걸친 이야기 속에서 옥을태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활은 무려 600년에 걸쳐 거짓에 속아 살아왔다는 게 된다.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지는 설정이다. 즉 반전을 너무 자주 쓰다보면 캐릭터가 일관성을 잃게 된다. 민상운 앞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단활의 캐릭터는 멜로의 기운으로 그걸 넘어서려 하고 있지만 애초의 모습에서의 변화가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불가살>은 초반의 그 흥미로운 설화 속 귀물들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천 년에 걸친 이야기가 매끄럽게 그려지지는 않고 있다. 그것은 지나치게 이야기 전개의 흐름을 너무 잦은 반전에 의지해 끌고 가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과연 남은 회차에서 이렇게 이리저리 흩어진 이야기 조각들을 이 드라마는 하나로 일관되게 꿰맬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남는 상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