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공포 스릴러보다 반전 서사가 절실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불가살>은 총 16부작 중 10회가 방영됐다. 그런데 어쩐지 초반의 강력했던 힘이 점점 빠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600년간을 죽지 못하는 불가살로 살아오며 아내와 아들을 죽인 자로 계속 환생하는 민상운(권나라)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단활(이진욱)이다. 그런데 그랬던 단활이 막상 민상운을 찾아내고 나서 복수를 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부터 드라마는 갈수록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건 단활의 이런 변화가 충분히 공감 갈 만큼 납득되는 개연성으로 그려져 있지 않아서다. 그 첫 번째는 이유는 민상운의 여동생 민시호(공승연)가 전생에 단활의 죽은 아내였던 단솔(공승연)의 환생이라는 사실이다. 600년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자가, 그것도 전생과 후생이 반드시 선연은 선연으로 악연은 악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단활이라는 인물이 이런 상황으로 흔들린다는 건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

그래서 <불가살>은 또 하나의 절대악을 등장시킨다. 옥을태(이준)라는 또 다른 불가살의 등장이다. 단활에게 같은 동종(?)으로서 자신들은 서로 싸워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이 옥을태는 민상운과 연결되어 있다. 민상운이 고통을 느끼는 대로 똑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 그리고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러한 그에게 떨어진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단활이 민상운을 죽여 그 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옥을태는 그래서 단활과 대립하면서도 그를 지켜 민상운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불가살>의 이야기는 그래서 전생에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것과, 그로 인해 얽힌 현재의 연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서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숨겨진 진실은 사실 쉽게 예상이 가능한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전효과가 잘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600년 전 단활의 아내와 아들을 죽인 진범이 민상운이 아니라는 건 옥을태의 등장과 함께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고(결국 단활이 민상운을 죽이게 하려는 옥을태의 그림일 테니), 갑자기 단활 앞에 나타난 남도윤(김우석)도 어느 정도는 그가 죽은 아들의 환생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환생에 대한 서사들은 실제로 그대로 구현됨으로써 드라마가 힘이 빠지는 이유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누가 누구의 환생이고 또 전생에서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그 과정에 드라마가 너무 머물러 있는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단활과 옥을태 그리고 환생한 귀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결과 액션도 다소 단순한 방식을 반복한다. 이를 테면 민상운이나 민시호, 남도윤 혹은 권호열(정진영)이 위험에 빠지게 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활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단활과 옥을태가 절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불가살이라는 점은 다른 귀물들과의 대결이 그다지 긴장감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불가살>의 스릴러는 귀물들이 단활의 주변인물들을 위협하는 그 공포로만 그려지고, 단활은 어김없이 나타나 이들을 구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남도윤은 예외다. 옥을태가 600년 전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덮기 위해 직접 죽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이제 단활과 옥을태의 대결을 더 팽팽하게 할 것이지만, 서사가 어딘가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단활과 옥을태의 양자 대결구도의 단순함이 만드는 다소 뻔한 구도를 깨려면, 지금껏 민폐 캐릭터 정도로 역할이 소소했던 민상운이나 민시호, 권호열 같은 인물들의 역할이 살아나야 한다. 그저 회마다 적당한 공포 스릴러를 만들어 채워나가기보다는 매회 동력을 만들 반전 서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드라마 초반의 그 강렬했던 이야기 서사의 힘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아니면 다소 밋밋한 용두사미의 끝을 맞이할 수도 있을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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