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 25시’, 코로나 시대에 맞이한 ‘비정상회담’ 새 버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시고르 경양식>은 2021년 가장 지루한 예능 중 하나였다. 이미 셀럽 식당 포맷은 진부해진 지 오래였다. 더구나 가끔 차인표가 보여주는 의외의 유머 포인트가 있었지만, 최지우를 포함한 많은 출연진들이 딱히 흥미 있게 이 예능을 끌어가지는 못했다.

<시고르 경양식>을 보며 떠오른 건, 2019년 JTBC의 <이태리 오징어 순대집>이었다. 이탈리아인 알베르토가 고국으로 돌아가 한식당을 차리는 예능은 당시 화제였다. 아마 제작진은 다음 시즌을 계속 방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해외 촬영 예능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결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시고르 경양식>을 런칭했지만,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는 예능이었다.

반면 2022년 JTBC에서 런칭한 <톡파원 25시>는 첫 회부터 깨알재미를 보여준다. 물론 패널부터 MC 전현무에 이르기까지 <톡파원 25시>는 누가 봐도 JTBC 예능의 전성기 히트작 중 하나인 <비정상회담>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톡파원 25시>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톡파원 25시>는 코로나 시대 더는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지금의 입장에서 세계를 이어준다. 그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은 <비정상회담>처럼 입담 좋은 국내거주 외국인들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교민,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MZ세대 한국인 톡파원들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 일본, 중국 등의 톡파원들이 국내의 MC, 패널들과 함께 소통하며 세계의 생생한 소식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예능의 포맷이다. 줌을 통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된 시대의 풍경이 예능에 잘 안착한 느낌이다.

또한 첫 회에서 톡파원들은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이후의 상황들을 재미있게 알려주었다. 아마 2년간 해외여행의 추억 속에서 살아온 이들이라면 너무나 반가웠을 것이다. 그 반가움이 지나가면, 어느새 한국과 다른 각 세계의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파리와 뉴욕. 또 마스크를 철저하게 쓰는 로마. 또한 약국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뉴욕. 자가 격리나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유처럼 느껴지는 파리와 뉴욕의 풍경. 하지만 위반 시에 큰 벌금을 매기는 제도 등등. 팬데믹 시대지만 한국과는 미묘하게 다른 일상의 풍경이 흥미로웠다.

한편 <톡파원 25시>는 이들 톡파원들의 톡톡 튀는 매력과 직접 찍은 영상도 흥미롭다. 여행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비교해 보는 것 같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알베르토를 포함 다니엘, 타쿠야, 줄리안 등 익숙한 <비정상회담> 패널들 역시 반갑다. 과거 <비정상회담>은 호불호 없이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착하고 영리한 예능이었다. 그렇기에 <비정상회담>의 다음 시즌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이 패널들은 지겨움이 아니라 반가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로 비정상 패널들은 이 프로그램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MC 전현무, 김숙, 양세찬, 이찬원의 조합도 색다르다. 전현무, 김숙, 양세찬은 각각 자기 분야에서 매력적인 MC들이다. 하지만 이 조합은 잘 상상이 안 가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의 베테랑 호흡은 꽤 훌륭하다. 여기에 <미스터트롯>의 이찬원은 MC들 사이에서 풋풋함과 순진함 혹은 해외 풍경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입장을 그려내며 첫 회부터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파일럿이긴 하지만 <톡파원 25시>는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 그 덕에 시대와 호흡하며 메시지와 재미 양쪽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 쓴 부분들이 돋보인다. 사실 수많은 노래자랑 류의 예능에 지쳐가고, 자극적인 사랑과 결별 이야기로 시청률만 노리는 예능이 좀 지겨워지던 때였다. <톡파원 25시>처럼 현실감 있고 영리한 센스가 돋보이는 예능은 그런 면에서 더욱 반갑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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