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심판’의 승승장구와 디즈니플러스 ‘그리드’의 부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래서 한국 드라마제작자들이 디즈니플러스와 일하고 싶을까. 이수연 작가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그리드>는 현재 방영 중이지만 방영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마도 디즈니플러스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 이를 테면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같은 채널이었다면 화제성도 높고 반응도 쏟아졌을 작품이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라는 플랫폼에서 <그리드>는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콘텐츠 순위를 보여주는 플릭스 패트롤을 들여다보면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에 <그리드>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순위에 올라 있지 않다. 심지어 한국에서조차 1위는 <그리드>가 아니라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강다니엘 같은 스타캐스팅의 힘과 굉장한 몰입을 요구하지 않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드라마적 특성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그리드>는 매주 수요일 1회씩 공개되는 방식이 가진 한계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 넷플릭스가 어느 정도 저변을 만들어놓은 새로운 콘텐츠 소비패턴은 몰아보기다. 특히 촘촘한 서사를 담은 장르물인 <그리드> 같은 경우 일주일에 한 편씩 찔끔찔끔 공개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 효과를 내기 어렵다.

디즈니플러스가 런칭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국내의 구독자들은 초반에 반짝 끌었던 관심과 기대만큼 이 플랫폼이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디즈니 고유의 콘텐츠들인 마블 작품이나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드라마들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지만, 신규 콘텐츠가 많지 않고 특히 오리지널로 제작되는 한국드라마나 예능이 별반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설강화>야 드라마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해도,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나 <그리드>에 대한 낮은 반응들은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문제와 더불어 서비스 문제도 만만찮다는 걸 드러낸다.

이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는 건 최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 <소년심판> 같은 작품과의 비교다. <소년심판>은 서비스 오픈과 함께 전 편이 공개됐고, 그래서 좋은 반응들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작품이라 한꺼번에 몰아보는 방식은 특히 이 작품에 대한 화제성이 폭발력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해외반응도 남다르다. 처음에는 국내 반응만 있었지만 차츰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면서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일 현재 TV쇼 부문에서 전 세계 7위에 올랐다. 드라마의 특성상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구지역에서는 반응이 낮지만 아시아권에서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힘이 워낙 강력해서일 수 있지만, 서비스 방식이 소비자에게 잘 맞춰져 있어서 가능한 반응들이다.

이제 OTT 같은 다양한 플랫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콘텐츠의 성패가 콘텐츠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어떤 플랫폼에 얹어지느냐 또한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디즈니플러스의 잇따른 부진은 콘텐츠보다는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리고 이것은 디즈니플러스의 글로벌 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로컬과의 협업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면 로컬에 맞는 서비스 방식들도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디즈니플러스에서는 그런 고민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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