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유희열, 진정한 해명은 원곡자만이 아닌 대중과도 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고의는 아니었을 게다. 다만 지금의 이른바 ‘래퍼런스’를 활용하는 창작 방식이 유희열의 말대로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무의식적’으로 유사하게 쓰게 만든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희열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자신이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에 선보인 ‘아주 사적인 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 ‘아쿠아’는 유사하다. 의식적든 무의식적이든 표절이라는 것이다. 과거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이 받았던 이른바 ‘잠재의식적 표절’이라는 판결도 있지 않던가.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유희열이 논란이 나왔을 때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사과문과 함께 인정했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정성이 닿았는지 류이치 사카모토는 유희열에게 제기된 표절 논란을 일축하는 의견을 내놨다. “음악적인 분석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표절이라는 범주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따라서 표절에 대한 어떤 법적조치도 필요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나아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 곡이 자신의 “작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볼 수 있으며, 자신 또한 바흐나 드뷔시에 영향을 받은 곡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유희열의 “새 앨범 발매와 성공을 기원하고 응원한다”며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란다는 향후 행보에 대한 축복의 기원까지 해주었다.

이번 유희열 표절 논란에서 그래도 과거와 달랐던 점은 유희열과 류이치 사카모토가 보인 같은 창작자로서의 공감과 소통의 부분이다. 과거에는 일단 부정하고 은근슬쩍 원작자와 만나 해결하는 방식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인정했고 원작자와의 소통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이번 표절 논란 해결 과정을 보면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 하나 엿보인다. 주로 표절 논란이란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창작자들 사이에서 해결하면 되는 문제로 과거에는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여기에 그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의 자리가 생겼다는 점이다. 즉 그래서 유희열은 인정했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표절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감과 소통이 대중들이 이 사안에 대해 갖는 생각이나 감정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아주 사적인 밤’과 ‘아쿠아’가 유사하다는 최초 논란이 터져 나온 후 유희열의 다른 곡들도 표절 논란이 연달아 벌어졌다. ‘내가 켜지는 시간’과 ‘1900(엔리오 모리꼬네 음악을 류이치 사카모토가 피아노로 편곡한 곡)’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고, 과거 <무한도전>에서 발표했던 ‘Please Don’t Go My Girl’이 퍼블릭 어나운스먼트의 ‘Body Bumpin’을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성시경이 부른 ‘Happy Birthday To You’가 일본의 유명 록밴든 안전지대의 곡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성시경의 ‘안녕 나의 사랑’도 일본 마키하라 노리유키의 곡과의 유사성이 제기됐다.

즉 애초 제기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은 원작자와의 ‘아름다운 소통’으로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곡들에 대한 논란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들 역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경우처럼 문제가 비화되면 원작자들과 해결해야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결된다고 해도 이 논란이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이 표절 논란에 이제 원작자와의 관계만이 아닌 소비자로서의 대중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최근 들어 문화 소비에 있어서 어떤 침해를 받는 일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이에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소비 팬덤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원작자와만이 아니라 대중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유희열이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했던 일련의 대처 자세처럼 대중들에게도 보다 진솔하게 이 사안에 대한 사과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갈 때 비로소 이 문제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사후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유희열은 물론이고 가요업계에서 사전에 기존 곡들과의 유사성을 찾아내고 필터링하는 시스템이 보다 실효성 있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번 표절 논란이 그저 소모적으로 흐르지 않고 좀 더 발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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