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의도적인 노이즈, 그 도발이 과연 통한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큰 시련이 있어서 지금까지 좀 활동을 안 하고 쉬고 있다가 용기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이 있었는데 내가 동생을...” iHQ <에덴>이 이제 자신들의 직업과 나이 등등을 밝히는 시간을 갖겠다고 공표한 상황에, 양호석이 꺼내 놓은 말은 그걸 스튜디오에서 관찰하고 있는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다음 말이 나오기 직전 방송은 멈춰 섰고 다음 주를 예고했다. 당연히 스튜디오에서 이를 관찰하며 다음 말을 기대했던 이홍기와 윤보미, 시미즈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는 반응을 내놨고, 짐짓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양호석의 뒷 이야기를 추측하는 내용들이 잇따랐다. ‘동생’이 하늘나라로 먼저 간 게 아니냐는 이홍기의 추측에, 그건 <에덴>과 맞지 않다며 동생이 사랑하는 여자와 바람이 났다, 같이 침대에 있는 걸 발견했다 같은 윤보미와 시미즈의 추측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추측은 달랐다. <에덴>이 첫 방송되고 나서 곧바로 양호석 관련 논란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자리부터 노골적인 수영복을 과시하듯 챙겨 입고 나온 그는 곧바로 이어진 게임에서도 함께 파트너가 된 여성을 보호하면서 지나친 스킨십을 하는 장면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물론 그건 방송이 그 장면들을 더 노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지만, 그 후에 터진 논란은 양호석 자신의 과거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19년 피겨 스케이팅 선수 차오름 폭행 사건이 그것이었다. 당시 양호석은 이 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그러니 양호석이 꺼내놓은 “내가 동생을...” 뒤에 이어지는 말을 시청자들은 바로 그 폭행 사건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이 진짜 그 내용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터져 나왔고, 그래서 양호석이 말하는 ‘시련’이라는 것이 바로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에덴>의 제작진은 이 논란 상황 또한 시청자들이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은 셈이다.

<에덴>은 사실 지금껏 방송됐던 그 어떤 연애 리얼리티쇼보다 더 자극적인 선택들을 하고 나아가 의도적인 노이즈도 감행하는 도발을 보여줬던 게 사실이다. 서로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 굳이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하게 하고, 곧바로 스킨십을 유발하는 게임을 시킨 것도 그렇고 아예 숙소에서 한 방에 남녀가 함께 자야 하고 방에 따라서는 남남녀 혹은 여여남의 혼숙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관계가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이른바 ‘메기’ 출연자를 넣는 것도 빼놓지 않았고, 심지어 ‘스킨십 미션’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제작진이 출연자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스킨십 미션을 부여하고 그걸 빨리 수행하는 이에게 베네핏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 미션은, 놀랍게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로가 서로를 스킨십 하려 안간힘을 쓰는 광경을 만들었다. 한 남자의 다리 위에 앉은 여성이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매니큐어를 칠하려 하고, 그 앉아있는 남자의 다리에 다른 여성이 선크림을 바르며 뒤엉켜지는 광경이라니.

아예 직업이나 나이 같은 사회적 조건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본능’에 의해 남녀가 서로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겠다는 선택 자체도 그렇지만, 이를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부여한 의도들은 자못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은 것들이었다. 제작진도 알 것이다. 이것이 분명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덴>이 시청자들이 호소하는 불편함이나 논란들에 어떤 대응을 하기보다는 그대로 직진하는 건, 애초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겠다는 그 목적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웨이브에서도 방영되고 있지만, iHQ는 아직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케이블 채널이다. 그러니 무관심보다는 노이즈가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노이즈는 있었지만 <에덴>이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키워놓은 것 또한 분명하다.

그래서 생기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 모으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이즈 또한 하나의 기회로 활용하는 <에덴>의 이러한 도발이 통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앞으로 방송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영세한 채널들의 과감하고 혹은 무모한 도발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OTT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i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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