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매칭 프로그램 열풍 덕분일까, 애초 홍보 목적일까
‘솔로지옥’ 송지아·‘돌싱글즈’ 이덕연... 진정성과 홍보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 예능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솔로지옥>이 글로벌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고, SBS플러스 <나는 솔로>는 출연자 논란이 시끌시끌할 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MBN <돌싱글즈>는 출연자 구성 자체를 돌싱들로 함으로써 커플 매칭에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고, 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 <환승연애>는 헤어진 커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만남을 이어간다는 이색적인 설정으로 지난해 티빙 오리지널 최대의 성과라는 평가를 얻었다.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최근 들어 급부상한 건, 몇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 있어서다. 사실 SBS <짝> 같은 프로그램이 한때 관찰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의 형식을 끌고 와 커플 매칭 트렌드를 이끌었던 적이 있었지만 출연자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이 형식은 직격탄을 맞고 시들해졌었다. 그러던 것이 채널A <하트시그널>로 인해 부활했다. 커플 매칭을 판타지화하며 과몰입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던 것.

종편은 그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좀 더 과감한 시도로서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그 바통을 이제는 케이블, OTT에서 받았다. 실제 스킨십이나 노출은 물론이고 이들이 관계를 맺어가며 드러내는 감정적 수위도 높아졌다. 지상파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선택적으로 시청한다는 플랫폼 특성을 앞세워 좀 더 수위와 자극을 높인 것이 현재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이 트렌드로 급부상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

결국 이러한 수위와 자극이 높아진 커플 매칭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에 따라 또 그 출연자를 방송에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들로 나타났다. 방송의 편집과 연출에 있어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이 ‘리얼’로 포장해 자극적인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서 해당 출연자가 공분의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지는 반면, 다소 방송이 익숙한 준 프로들이 ‘판타지’로 포장된 상황들 속에서 단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나는 솔로>다. 과거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다시 제작한 이 커플 매칭 프로그램으로 판타지보다는 현실 버전의 연애를 가감 없이 프로그램에 담았다. 4기 방송에서 결국 논란이 터졌다. 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장면이 가감 없이 방송됐고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결국 해당 출연자는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방송은 그걸 에너지 삼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리얼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이 겪을 논란을 통해 화제성을 낚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후자의 사례는 최근 글로벌 인기를 얻은 <솔로지옥>이다. <나는 솔로>와는 정반대로 지옥도, 천국도 같은 개념으로 연애에 대한 판타지를 에두르지 않고 담아낸 이 프로그램에서 송지아 같은 출연자는 방송 이후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는 <솔로지옥>의 인기에 힘입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JTBC <아는 형님>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일반인 출연자라고는 하지만 뷰티크리에이터로도 이미 유명한 송지아나, 피트니스 모델인 안예원, 김현중, 배우 최시훈, 선미의 백댄서로도 유명한 댄서이자 모델 차현승 같은 출연자들은 사실상 방송이 익숙한 준 프로들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들이 방송으로 주목받게 되고 때론 스타덤에 올라 연예활동을 하게 되는 상황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나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N <돌싱글즈>는 여러 차례 홍보 목적 출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뒤늦게 가수라는 게 알려졌던 이덕연은 물론이고, 개그맨 배동성의 딸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배수진도 홍보 목적으로 출연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 바 있다.

홍보 목적이 논란으로 이어지는 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인 모습들이 과연 진짜냐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들을 과몰입시킨 인물이라면 후에 그것이 연예계 활동이나 자신의 개인적 비즈니스를 위한 홍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만으로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난 후 커플로 이어진 이들이 실제로 사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는 결국 본인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방송이 잘돼서 스타덤에 오른 것인지, 혹은 애초 홍보 목적으로 나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유독 커플 매칭 프로그램에 많이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이 관점의 차이에 따라 같은 장면도 너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SBS플러스,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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