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찔끔찔끔 편성으로 끝없는 반전 따라가기 어려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JTBC 수목드라마 <인사이더>는 만만찮은 스케일을 가진 드라마다. 강하늘, 이유영 캐스팅은 물론이고 허성태, 김상호, 문성근, 최무성, 정만식 등등 개성 강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소재도 내부자로 들어가 잠복근무를 하는 이야기에서부터,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범죄, 도박, 복수극 등등 다채롭다. 복합적인 장르의 색채가 마치 <무간도>의 언더커버 스토리에, <프리즌 브레이크>의 감옥 스토리 그리고 <타짜>의 도박 스토리에 검찰 내 부패세력들과 대결하는 <비밀의 숲>까지 한 작품 안에 섞어 놓은 느낌을 준다.

다행스러운 건 이렇게 여러 작품들의 그림자가 뒤섞여 있지만, 그걸 하나로 꿰고 있는 강하늘의 연기가 있어 지리멸렬하게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요한이라는 사법연수원생이 어쩌다 언더커버가 되고 감옥까지 가게 되면서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박을 배우고 어두운 세력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한 후 차츰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할머니를 살해한 이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해나가는 그 엄청난 모험(?)을 강하늘은 설득력 있는 연기로 끌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만만찮은 스케일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더>의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그리 높지 않다. 3%대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다시 2%대(닐슨 코리아)로 떨어졌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리 대중들의 화제가 되고 있지는 않다. 즐길 수 있는 장르물로서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갖고 있고, 재미의 차원에서도 마치 두뇌게임을 하듯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기분 좋은 뒷통수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인데 어째 반응은 뜨겁지 않을까.

그건 이 작품이 가진 색깔을 일주일에 두 편씩 편성해 보여주는 그런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데서 나온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한 회 동안 일어난 어떤 사건들을 다음 회에 반전으로 뒤집는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처음 감옥에 들어가게 된 김요한에게 도박으로 감옥을 접수한 장선오(강영석)는 강력한 적수로 느껴졌지만, 차츰 이 인물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김요한을 끌어들이고 그를 돕는 조력자가 되는 이야기가 그렇고(이런 관계는 또 뒤에서 뒤집어지지만), 자신만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도원봉(문성근)에게 이를 거부하다 결국 굴복했던 김요한이 사실 그것조차 자신이 꾸민 계략이라는 걸 드러내는 대목 같은 것이 그렇다. 이 드라마는 마치 포커게임을 하듯 속고 속이며 판세를 뒤집는 그 반전의 서사의 묘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워낙 다양한 소재와 장르들이 결합되어 있고 한 회에도 판세를 뒤집는 반전의 서사가 반복되는 이 상황이 시청자들에게는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띄엄띄엄 보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드라마라고 해도 그 서사를 한 번에 몰아봐야 오히려 더 깊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매주 두 편씩 보여주는 편성 방식은 이러한 몰입감을 깨는 가장 큰 이유다. 감옥에서 도박까지 배우고 도원봉 앞에서 몇 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며 겨우 출소한 김요한의 이야기를 이렇게 일주일에 두 편씩 떼서 보다보면, 그가 애초 언더커버로 감옥에 갔었던 사실 자체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인사이더>의 부진은 작품 내적인 문제라기보다는 OTT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해 달라진 시청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맞지 않는 과거식의 편성방식이 만들어낸 부조화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작품 자체는 OTT에 어울릴 법한 소재와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 종편이 지금껏 해왔던 편성방식은 이런 작품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플랫폼은 그저 콘텐츠가 얹어지는 어떤 곳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플랫폼 자체가 콘텐츠의 스토리나 소재, 구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JTBC보다는 OTT에 더 어울리는 <인사이더> 같은 작품은 이제 콘텐츠와 플랫폼이 얼마나 어울리는가에 따라 그 성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만일 지금껏 <인사이더>를 보지 않은 분들이나, 볼까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JTBC 본방보다는 티빙 몰아보기를 추천한다. 그게 몇 배는 훨씬 재미있을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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