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1인2역 열일해도 ‘아다마스’가 힘 못 쓰는 세 가지 이유
‘아다마스’의 한계, 지지부진 전개, 불필요한 잔혹, 무매력 캐릭터

[엔터미디어=정덕현] 애초 지성이 1인2역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미 <킬미, 힐미> 같은 작품으로 다중인격을 소화해낸 전적이 있고, 무엇보다 어떤 작품에서든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지성이 아닌가.

하지만 <아다마스>는 제 아무리 연기자가 1인2역을 척척 소화해내며 열일을 해도 작품 자체가 받쳐주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 되어간다. 스토리는 20년 전 살해된 아버지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는 그 진실을 파헤치는 하우신(지성)과 송수현(지성)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우신은 아버지를 죽인 흉기가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살 아다마스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걸 상징으로 갖고 있는 해송그룹 권회장(이경영)을 의심한다. 권회장의 자서전을 대필한다는 핑계로 그 저택에 들어가 아다마스를 찾으려 한다. 한편 검사인 송수현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기자 김서희(이수경)로부터 그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격자가 자살로 위장되어 살해되는 사건을 겪으며 진실 추적에 뛰어든다.

그래서 드라마는 하우신이 저택에서 벌이는 아다마스 찾기라는 마치 ‘보물찾기’ 미션 같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이들을 각기 다른 목적으로 돕거나 막으려는 두 조직의 부딪침을 그린다. 권회장을 무너뜨리려고 진실을 추적하는 특수본이 그 한 조직이라면, 권회장의 수족처럼 손에 피 묻히는 일을 하는 팀A가 그들과 맞서는 조직이다. 진실을 추적해 정의를 세우려는 하우신, 송수현과 달리 이 두 조직은 목적을 위해서는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걸 그다지 꺼리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 사이에 낀 이 쌍둥이 형제의 고군분투는 더 힘겹고 복잡해진다.

스토리 설정으로만 보면 <아다마스>는 나름 괜찮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권회장을 위시한 해송그룹이 꿈꾸는 것이 ‘총기 자유화’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무기 판매로 기업을 키우려는 해송그룹의 야욕은 그로 인해 희생되고 희생될 무고한 인명들을 제물로 삼는다는 점에서 쌍둥이 형제가 진실을 파헤치고 궁극적으로 이를 막으려는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

지성의 1인2역 연기 도전이 주는 기대감과 그 이야기 설정이 주는 흥미로움이 있지만, <아다마스>는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다. 이러한 기대감과 실망감을 말해주는 건 시청률의 등락이다. 최고시청률이 첫 회 3.5%(닐슨 코리아)를 거뒀지만 그 후에는 2%대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아다마스>의 기대감을 자꾸 무너뜨리는 걸까.

그 첫 번째는 지지부진한 전개다. <아다마스>는 초반에 너무 배경설명과 분위기 설정에 시간을 끌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특수본과 팀A가 격돌하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폭발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5회 끝에나 가야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 전까지는 하우신이 저택에서 아다마스가 숨겨진 곳을 찾기 위해 곳곳을 살피고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생각만큼 쫄깃한 긴장감이 없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사건을 전개해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지지부진함이 주는 느슨함 때문인지 불필요한 잔혹한 장면들이 많다는 점이다. 팀A 이팀장(오대환)의 친동생이자 요원인 이과장(조동인)이 특수본에 붙잡혀 전기고문을 당하는 장면이나 끝내 약물 투입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그렇고, 킬러로 등장한 썬(박혜은)이 보여주는 잔혹한 폭력들이 그렇다. 물론 이런 장면들은 이팀장이나 송수현으로 하여금 더 강렬한 적개심을 끌어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한 그런 장면들이 그만한 효용을 발휘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아다마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안타깝게도 하우신이나 송수현 같은 주인공 캐릭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들이지만 그 목적에 맞춰져 움직일 뿐, 그 이외의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지는 않다. 주인공이 이러니 은혜수(서지혜)나 김서희(이수경) 같은 주변 인물들은 더더욱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악역들만 잔뜩 보이는데, 이 또한 과장되거나 스테레오타입화되어 이들이 왜 이러한 빌런이 됐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권집사 역할을 하는 황정민이나 새로 등장한 킬러 썬 역할의 박혜은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나오는 건 연기적인 문제와 더불어 그 과잉된 캐릭터의 문제도 작용한 탓이다. 또한 사실상 최종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 권회장 역시 어디선가 익숙하게 봐왔던 스테리오 타입의 빌런이다. 그 역할을 최근 여러 드라마에서 비슷한 빌런 연기를 했던 이경영이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결국 문제는 대본에 있다. 전체 스토리의 얼개는 흥미롭게 구성했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전개에서 허점이 보인다. 바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속도감이 첫 번째 문제라면,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인물들을 좀 더 깊게 파 심지어 빌런이라고 해도 어떤 매력을 갖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이처럼 전개가 부실한 상황은 그래서 등장하는 폭력 신들이 그저 잔혹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로 작용한다. 제 아무리 지성 같은 연기자가 1인2역을 척척 해내도 <아다마스>가 힘을 못 쓰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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