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아직도 16부작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여전히 드라마 미니시리즈는 그 길이가 16부작이어야 할까.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의 시청자들 중에는 도대체 빅마우스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두고 너무 질질 끄는 드라마에 진력이 난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12회가 지나도록 그 정체가 애매하고 애초부터 개연성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드라마는 갈수록 극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사건으로까지 나가고 있다. 이건 상상력의 무한 확장이라기보다는 16회 분량으로 맞춰져 있는 드라마 횟수를 어쩔 수 없이 맞춰나가는 듯한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대체 진범이 누구인가를 찾아내기 위해 그 살해 증거인 아다마스를 찾기 위해 권회장(이경영)의 대저택에 뛰어든 하우신(지성)과, 사건과 관계되어 살해당한 부모의 복수와 진실을 밝히는 김서희(이수경)와 함께 진실에 접근해가며 권회장을 비호하는 모종의 조직과 대결하는 송수현(지성)의 이야기가 다소 늘어진다. 진범의 정체와 아다마스가 어디 있는가를 찾는 과정 그리고 특수본이 심어놓은 언더커버들, 수족처럼 살인을 저지르는 팀A의 이야기가 마치 도돌이표처럼 뱅뱅 도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늘어지는 전개는 초반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결과를 만들고, 심지어 용두사미라는 평가가 돌아오기도 한다. 타이틀 롤을 맡은 주인공에게도 영향이 적지 않아 애초 기대감을 한껏 키웠던 주인공과 그를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이런 흐름은 결코 좋지 않다. <빅마우스>를 중반까지 팽팽하게 이끌어온 이종석이나, 애초 1인2역으로 기대감을 한참 끌어올렸던 <아다마스>의 지성이나 초반의 그 매력이 상당부분 빠져버리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

이런 드라마들이 적지 않다. 실상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지만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거나 혹은 관성적인 드라마 성공방정식에 떠밀려 들어간 설정이 있는 드라마들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물론 <빅마우스>나 <아다마스> 정도는 아니지만, 이 작품도 되돌아보면 굳이 불필요한 멜로 설정(우영우와 이준호는 물론이고 최수연과 권민우의)이 꼭 필요했을까 싶다. 에피소드 별로 구성된 이 드라마에서 다소 약한 에피소드들도 잘라내 보다 압축적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 12부작으로 마무리된 건 그나마 잘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왕을 죽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저잣거리로 밀려난 유세풍(김민재)이 계수의원에서 만난 이들로부터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 결국 이 모든 일을 배후에서 꾸민 조태학(유성주)과 대결해 그 진상을 밝히고 복권하는 이야기다. 스토리 구조 상 계수의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그리 많아질수록 늘어질 수 있는 드라마다. 16부작을 고집했다면 다소 지루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OTT 시대에 들어오면서 드라마의 분량은 훨씬 더 압축적인 스토리를 요구받게 되었다.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에미상 수상까지 한 <오징어게임>도 9부작이고, 역시 글로벌한 성취를 인정받은 <킹덤>도 시즌1 6부작, 시즌2 6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이미 시즌2가 예고됐지만 시즌1만으로도 완결성을 가진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부작이다. OTT라는 플랫폼의 성격상 늘어지는 드라마는 외면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OTT 오리지널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가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의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갈수록 시청자들도 변화할 수밖에 없고, 그 요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현재 굳이 16부작으로 미니시리즈의 편수를 상정하고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제작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16부작처럼 그 길이가 마치 하나의 룰처럼 생겨난 건, 과거 연속극의 전통과 더불어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 맞춰지면서다. 그래서 여전히 그 수익 방식에 맞춰진 편성을 고수하는 것이지만, 과연 이런 방식의 드라마 편성이 그 투자 대비 효과를 내고 있는지 한번쯤 방송사들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 하나가 만들어내는 파급효과와 방송사의 이미지를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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