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이래서 드라마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누굴까.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타란티노 감독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조여정(조여정)인가, 명문대 출신에 타고난 전략가의 면모를 드러내지만 어딘가 악당 같은 마태오(이서진)인가. 아니면 조여정의 매니저로 마태오와는 상반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김중돈(서현우)인가, 마태오와 경쟁하며 엄청난 승부욕을 드러내는 천제인(곽선영)인가. 그도 아니라면 이 메소드엔터라는 연예 기획사에 매니저가 되겠다고 무작정 들어온 소현주(주현영)일까.

tvN 새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첫 회 첫 번째 에피소드를 타란티노 감독에게 퇴짜를 맞고 은퇴까지 고민하는 조여정과 그가 상처받을 걸 걱정해 이를 숨기고 거짓말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매니저 김중돈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조여정은 특별출연이니 그렇다면 김중돈이 주인공일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서사가 캐릭터의 매력이 너무 약하다.

마태오와 뭔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회사를 찾아와 무작정 매니저가 되겠다고 인턴을 자처한 소현주는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신출내기 앤드리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시 주인공이라 보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이서진이라는 배우의 아우라를 입은 마태오도 마찬가지다. 이 인물은 주인공을 맡기엔 남몰래 야망을 불태우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너무 많다.

드라마에서 왜 주인공이 누구인가가 중요한가는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해주고, 드라마가 흘러갈 어떤 방향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앞으로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가 첫 회에 불분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첫 회의 서사는 그저 이 메소드엔터라는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그 곳에는 어떤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가를 설명한 것으로만 채워졌다. 그런데 지금껏 그 많은 연예인과 매니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에서 문제로 지목된 것처럼 일반 대중들은 이런 소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세상 가장 쓸데없는 짓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겠나.

첫 회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메소드엔터의 수장인 왕태자(이황의)가 여행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 회사에 드리워진 암운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긴장감을 만들려면 그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라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의 부재가 가져올 긴장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별 존재감도 없던 인물의 사망소식이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게 된 이유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리메이크 과정에서 우리 정서에 맞는 한국적 변용이 필요했다. 중요한 건 대중들이 갖고 있는 ‘연예인 이야기’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시선이 가긴 하지만, 마치 저들만의 세상 같은 이미지가 주는 괴리감이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줄 인물과 관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먼저 이 드라마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웃음의 강도를 대폭 늘려 코미디의 맛을 살릴 것인지, 누군가의 성장스토리를 그릴 것인지, 위기 상황에 놓인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드라마로 갈 것인지 같은 걸 먼저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 그게 아니면 조여정처럼 앞으로도 특별출연으로 등장할 많은 톱배우들의 아우라가 오히려 드라마의 서사를 가리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