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월담’, 이 청춘들은 저주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청춘들은 모두 저주와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을 제 손으로 죽였다는 저주이자 누명이다. 이환(박형식)은 자신이 형을 죽이고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는 누명을 썼고 어디선가 나타난 ‘귀신의 서’는 그에게 저주를 내린다. 형을 죽이고 국본의 자리에 올랐지만 왕이 되지는 못할 것이고, 팔과 다리가 있어도 쓰지 못하고 걷지 못할 것이며, 아내와 자식도 없이 쓸쓸히 늙어 죽어갈 거라는 저주가 그것이다.

민재이(전소니) 역시 누명을 썼다. 그것도 사랑하는 부모와 오라버니를 독살한 살인자라는 누명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도주하면서 도망자가 된 그는 세자가 아버지에게 보낸 밀서를 떠올리고 거기에 이 모든 누명과 저주를 벗어날 길이 있을 거라 생각해 목숨을 걸고 세자를 만난다.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은 이처럼 저주와 누명을 뒤집어쓴 청춘들로부터 이야기를 연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이환 앞에서 민재이는 실망한다. 전후 사정을 다 들었지만 자신의 누명은 알아서 증명하라는 이환의 말에 민재이는 폭주한다. “나쁜 자식 너는 성군이 되기는 글러먹었다. 너는 진짜 나쁜 놈이다.” 왕 앞에서 민재이는 신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그에게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서 할 이야기를 마구 쏟아낸다. “나는 네가 나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네 스승님의 여식이고, 네 스승님은 너 때문에 죽었으니까. 너 때문이다. 내 가족은 너 때문에 죽었다. 네 놈 때문이다.”

모두 저주와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이환도 민재이도 어떤 넘지 못하는 벽 앞에 서 있다. 이환은 ‘귀신의 서’라는 저주가 그 벽이다. 그토록 사랑하고 의지했던 형을 자신이 죽이고 세자자리에 올랐다는 누명 속에 던져진 그 저주는 그를 옭아맨다. 환영을 보고 저주에 쓰인 글귀처럼 활을 맞고 오른 팔을 쓰는데도 힘겨워 하게 되면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민재이는 조선 사회에서 ‘계집’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벽 앞에 서 있다. “그래 감히 계집이, 한낱 누명을 쓰고 쫓기는 계집인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겠느냐? 아니 내가 조선에서 계집으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에게 허락된 일이 무엇이냐? 조선이 계집에게 된다, 하라, 해보라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느냐?” 민재이는 여느 사대부 여인들과는 다른 인물이다. 무술이 출중한데다, 남다른 수사 능력으로 많은 사건들을 해결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일들은 자신이 아닌 오라비 민윤재가 한 일로 알려진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각각 서로가 마주하고 있는 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다. 민재이는 뛰어난 수사능력과 추리력으로 ‘귀신의 서’ 같은 미신으로 이환의 왕세자 자리를 흔들며 혹세무민하는 이들의 계략을 깰 수 있는 인물이고, 이환은 민재이가 그런 일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왕세자다. 그러니 이들이 서로를 도와 벽을 넘는 <청춘월담>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신분과 성차의 벽을 넘어 ‘귀신의 서’를 둘러싼 왕세자 이환을 무너뜨려는 세력과 싸우는 민재이의 방식이 ‘과학수사’ 같은 방식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그 ‘과학수사’를 도울 ‘도른자’ 김명진(이태선)이나 김명진의 제자로 들어간 가람(표예진)의 활약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월담’은 저마다 인물들이 가진 한계를 넘는 이야기와 더불어 이들 사이에 만들어질 멜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환과 민재이는 서로를 도와 자신들이 마주한 누명과 저주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까. <청춘월담>의 이 청춘들이 ‘월담’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