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좋았던 ‘퇴근 후 한 끼’에 남는 아쉬움 몇 가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좀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끝? JTBC 예능 <퇴근 후 한 끼>가 4회로 마무리 됐다. 애초 ‘글로벌 먹방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야기에서 멈춰 섰다. 기획으로만 보면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남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 좋은 기획을 되살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 많은 먹방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지만, 그 속에서도 <퇴근 후 한 끼>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퇴근 후’라는 단어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누구나 설렐 수밖에 없는 단어가 아닌가.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이들의 출출함과 어딘지 집으로 바로 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겹쳐져 발길을 잡아끄는 곳. 그래서 한 끼를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버리고픈 마음. 그것이 ‘퇴근 후’라는 마법의 단어가 가진 힘이다. 퇴근 후 선술집이 마음부터 채워주는 포만감이 그것이다.

오사카와 서울, 후쿠오카와 부산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며 그곳의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찾는 맛집을 소개하는 <퇴근 후 한 끼>는 마츠다, 정준하가 일본을, 그리고 김구라, 한혜진, 샘 해밍턴이 한국을 맡아 각각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콘셉트로 이른바 ‘퇴슐랭 가이드’를 만드는 가상의 글로벌 퇴슐랭 컴퍼니를 내세웠고, 구부장, 한과장, 샘인턴, 마부장, 정대리 같은 직급을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글로벌 먹방은 그 밑그림에 상황극이 깔려 있다. 구부장이 샘인턴에게 자꾸 지적질을 하고, 샘인턴이 구부장에게 투덜대며 슬쩍 슬쩍 선을 넘는 상황이 그려지고, 일본을 찾은 정대리가 마부장이 소개하는 맛집을 찾아가 그곳의 퇴근 길 풍경을 만끽할 때 부장으로서 대리에게 알려준다는 그런 상황들이 전개된다.

퇴근 길 풍경과 선술집 특유의 기분 좋은 분위기 그리고 눈으로만 봐도 허기가 느껴지는 음식들의 향연에 즉석에서 옆자리 사람들과 만나 나누는 정겨운 대화까지. <퇴근 후 한 끼>는 기획이 담고 있는 ‘퇴근 후’ 로망을 꽉꽉 채워 넣었다. 그래서 한 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주지만, 여기에도 남는 아쉬움은 있다.

그 첫 번째는 굳이 퇴슐랭 컴퍼니 같은 가상의 상황극을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연예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역할을 부여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게다. 하지만 <퇴근 후 한 끼>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연예인들이라기보다는 마부장이었다. 오사카에서 실제로 살고 있어 그곳 숨은 맛집들을 잘 알고 있는 마부장은 부장이라는 역할보다 진짜 그곳을 잘 알고 즐기는 모습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유튜브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대중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진심이다. 거기 등장하는 이들이 얼마나 ‘찐’인가를 지금의 대중들은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출연해 상황극을 한다는 건 방송적 재미를 줄 수는 있어도, 이러한 ‘찐’을 희석시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연예인이 아닌 마부장이 주목된 건 그래서다.

여기에 ‘마부장이 쏜다’ 같은 방송에서 잘 쓰는 예능적 장치를 넣은 것도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주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지점이다. 이것이 인위적인 방송이라는 걸 그 자체가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버라이어티에 대한 욕심이 두 번째로 남는 아쉬움이다.

<퇴근 후 한 끼>는 먹방과 상황극 게다가 토크쇼까지 결합한 버라이어티 예능의 특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버라이어티 욕심은 과거 레거시 미디어 예능들이 추구했던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들이었지만, 요즘처럼 보다 분명한 취향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시선을 분산시키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만일 다음 시즌으로 또 돌아올 수 있다면, 연예인, 비연예인을 떠나서 분명한 퇴근 후 한 끼에 대한 진심을 가진 출연자가 퇴근길에 찾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담는 그 분명한 선택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강점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퇴근 후 한 끼>가 아쉬웠던 건 ‘글로벌 먹방’이라고 기치를 내세웠지만 한국과 일본 정도에 머무른 채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이 주는 위로와 공감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문화권에서도 퇴근 길 샐러리맨들이 갖는 정서가 통한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게다. 모쪼록 보완점들을 마련해 더 다양한 나라의 퇴근 길 풍경들로 돌아와 주길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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