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페’가 꿈꾸는 또 다른 도전, 코미디의 모든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돌아왔다. 올해로 벌써 11번째다. 사실 코미디라는 기치 하나를 내걸고 매해 부산에서 페스티벌을 해온 이 축제가 11년을 버텨낼 줄 초창기만 해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1회에는 천막을 치고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서는 소박함을 넘어 소소함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성장한 부코페는 이제 명실공히 코미디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 축제가 됐다.

11년을 지나며 부코페도 변화를 거듭했다. 초창기에는 <개그콘서트>가 코미디의 중심이 되어 있던 시절이라 페스티벌도 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채워졌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페스티벌 특유의 공연형 코미디보다는 무대 개그를 페스티벌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부코페는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가며 무대 개그부터 공연형 코미디들을 차곡차곡 채워가며 다채로워졌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잃었던 시절에도 부코페는 그 자리를 지키며 이들을 끌어안았고, 그 개그맨들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었다. 올해 11회 부코페 개막식의 풍경을 보면, 이제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코미디가 우리네 코미디의 주류로 서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개막식을 채운 개그맨들은 과거 <개그콘서트> 같은 무대 개그에서도 활약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현재의 변화에 맞게 유튜브에서도 활약한다. 그만큼 영역이 넓어졌고 다양한 공간에 맞는 코미디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꼰대희’로 최근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대희는 단적인 사례다. <개그콘서트>에서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로 “밥 묵자”는 유행어를 남겼던 김대희는 여기서 탄생한 ‘꼰대희’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밥 묵자’부터 ‘고독한 밥 묵자’ 같은 코너들을 확장시켰다.

11회 부코페 개막식 특별 무대에서 특히 주목된 것도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맨들이었다. 태양인(김해준), 찌드래곤(최지용), 브루노바스(곽범), 자이언턱(조진세), 가터벨트(임우일), 지올팥(양기웅), 마이클잭스(김성구)가 함께 하는 더 이미테이션 레이블이 오프닝의 흥을 한껏 돋았고, 갈라쇼에서는 다나카(김경욱)가 등장해 글로벌 팝스타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로 흥과 웃음을 더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코미디 유튜브 대상 시상식은 현재 코미디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꼰대희’, ‘숏박스’, ‘별놈들’이 후보로 올랐고 ‘숏박스’가 그 첫 번째 수상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거뒀다. 그런데 소소해 보이는 이 시상식에는 부코페가 또다시 꾸는 꿈이 담겼다. 국내에 드라마나 영화를 주축으로 하는 시상식들은 많지만, 코미디를 중심으로 하는 시상식이 없는 상황에서 부코페가 그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포부가 거기에는 들어있다.

실제로 부코페 김준호 집행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그 포부를 “올해는 ‘유튜브 대상’ 한 개 부문이지만 차회부터는 시상규모를 확대해 부코페의 주요 콘텐츠로 키우겠다”고 전한 바 있다. 11년을 달려오며 다양한 코미디의 결을 끌어 안아온 부코페가 이러한 시상식을 통해 K코미디를 대표하는 행사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겠다는 뜻이다. 11년을 성장해온 부코페가 앞으로 이뤄낼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제1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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