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개그콘서트’, 제약의 적정선 재정립을 바라는 호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돌아왔다. 폐지된 지 3년 만에 공개 코미디 명맥을 잇는다는 대의를 앞세워 주말 밤을 다시 웃음으로 채워보겠다고 힘차게 출발했다. <개콘>은 1999년부터 20여 년간 한국 예능을 떠받친 수많은 예능인들을 배출하고 한국 코미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예능 트렌드의 변화, 표현 제약이 적은 유튜브 콘텐츠의 급부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하락세를 겪다 2020년 막을 내렸다. 하지만 KBS가 예능인들의 요람이자 예능 장르들의 근간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지켜내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귀환했다.

돌아온 <개콘>은 1051회 즉, 부활 첫 방이 4.7%(이하 닐슨 코리아)라는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 이 프로그램을 반가워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봉숭아학당 2023’처럼 전통의 인기 코너를 되살려 오랜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저출생 시대와 연관된 ‘금쪽 유치원’, 진상 고객 문제를 다룬 ‘진상 조련사’ 등과 숏폼에 익숙한 세태를 반영한 ‘숏폼 플레이’ 등 현시점의 세태들을 반영한 코너들로 새로움도 더했다. 코미디의 주 활동 무대가 유튜브로 많이 넘어간 점도 감안해 유튜브 채널의 캐릭터를 가져온 ‘니퉁의 인간극장’ 같은 코너들도 준비했다.

돌아온 <개콘>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나뉘는 게 사실이다. 눈에 띄는 신인 개그맨들로 인해 <개콘>의 본질적 역할인, 신인 예능인 발굴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졌다. 바뀐 방송 환경과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긍정 평도 올라왔다.

반면 몇몇 코너들에서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외모 비하 등이 느껴진다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 <개콘>이 폐지될 때 시청률 부진 외에 추가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사안들이었다.

당시는 <개콘>만이 아니라 한국 예능 전반에 걸쳐 ‘사회적 올바름’에 대한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 즉 PC주의가 활성화된 시기다. 성숙한 사회를 위해 필요한 여론이라 적극적으로 반영됐고 현재까지도 계속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개콘>이 부활 후 2회째인 1052회 시청률이 3.2%로 하락하자 ‘구시대적 혐오와 외모 비하 등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PC주의 흐름의 정당성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이로 인해 희극인, 제작진 측에서는 ‘표현의 제약이 너무 많다’는 하소연이, 시청자 중 일부는 ‘예능이 노잼이 됐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돌아온 <개콘> 중 눈에 띄는 에피소드 하나가 ‘봉숭아학당 2023’의 ‘이상해’다. 신윤승이 방송의 광고법상 금지된 여러 제약들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식으로 풍자하는 코너 속 코너다. <개콘>은 PC주의나 방송법의 이런저런 제약에 대해 어필을 하고 적정선을 여론이나 법적으로 재정립 받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현재의 제약을 다 따르면 결국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는 성립이 어렵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모양새다. ‘사회적 올바름이나 법적 제약을 다 따르면서도 웃길 수 있는 소재와 아이템을 더 고민해 찾아내라’라고만 하기에는 사실 지상파 예능의 제약은 개선돼야 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욕설, 폭력, 혐오, 학대가 난무하는 드라마나, 동일 연령대가 시청 가능한 콘텐츠의 표현 수위가 훨씬 자유로운 유튜브와 비교해보면 억울할 만도 하다. 장르가 다르고 플랫폼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예능의 항변을 묵살하고 지나가기에는 창작자와 수용자의 깊이 있는 논의와 변화된 시대와 환경에 좀 더 적합한 선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돌아온 <개콘>의 호소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전 <개콘> 폐지 후 얼마 지나 ‘<개콘>의 부활’이라는 수식어를 이미 달았던 프로그램이 있다. <개승자>다. <개콘> 출연진들이 코너끼리 서바이벌 방식으로 경쟁하는 새 구도를 시도하며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노렸다.

<개승자>도 첫 방이 5%라는 고무적인 시청률을 기록, <개콘> 부활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시청률이 3%대로 하강하면서 결국 예정된 16회를 마치고는 이후 새 시즌에 대한 소식이 없었던 상황이다. 부활한 <개콘>의 시청률이 하락해 고착된다면 <개콘>도 <개승자>처럼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개콘>의 부활이, 사회적 올바름은 지속적으로 추구되는 분위기는 따르면서도 예능의 제약에 대한 적정선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개콘>의 시청률도 생존을 위한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는, 모두의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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