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임파서블’, 결혼도 알바, 미션인 시대의 로맨틱 코미디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월화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마치 멜로 버전의 ‘미션 임파서블’ 같다. 둘도 없는 남사친 이도한(김도완)을 위해 나아정(전종서)은 위장결혼을 하려 하고, 이도한을 LJ그룹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그의 동생 이지한(문상민)은 어떻게든 나아정 대신 태양그룹 외동딸 윤채원(배윤경)과 결혼시키려 한다. 문제는 이도한은 성소수자로 뉴욕에 애인이 따로 있다는 것이고, 집안끼리 혼사 이야기도 나왔던 윤채원은 이도한이 아니라 이지한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사정도 모른 채 어떻게든 나아정과 이도한을 떼어놓으려는 이지한은 나아정의 마음을 뻬앗으려 하고(빼앗은 후 차버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이지한의 사랑 공격(?)에 나아정의 방어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에 대한 감정이 생기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니 복잡해진다. 위장결혼과 이를 막으려 나아정과 이지한이 ‘연기’로 시작했던 일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엉뚱하게도 나아정과 이지한의 ‘진심’어린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이 로맨틱 코미디가 말하려는 건 도대체 뭘까.

<웨딩 임파서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무래도 나아정이 배우라는 사실에 있다고 보인다. 그것도 누구도 몰라주는 단역배우라는 것. 연기를 하고, 그 연기를 결혼식 친구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로도 하고 있는 나아정은 그래서 이도한의 위장결혼 제안 역시 또 하나의 ‘연기’이자 ‘배역’이라고 받아들인다. 그것도 단역배우만 하던 그에게 들어온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연기의 기회라고.

그래서 이들은 위장결혼 계약서를 합의하에 작성하는데, 나아정은 역시 프로답게 이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두 사람의 연애사를 스토리로 만들고 메소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대본이 필수라고 한다. 이도한의 할아버지이자 LJ그룹 총수인 현대호(권해효) 회장이 결혼에 반대하게 만들고 그래서 해외로 ‘사랑의 도피’를 하는 콘셉트의 시나리오를 구상한 나아정은 첫 식사자리에서부터 비호감을 사기 위한 연기를 한다. 음식을 가리고 딩크족 선언을 한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 나아정의 고군분투는 연애나 결혼도 하나의 알바이자 미션이 된 씁쓸한 현 세태가 담겨 있다. 이제 사랑해서 결혼하는 낭만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다. 그건 재벌가들의 정략결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의 서민들도 이제 결혼은 현실이다. 함께 살 집이나 육아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관계가 주는 스트레스 같은 현실이 따르는 일. 그래서 그걸 다 계산해 보면 차라리 비혼이 되거나 혹은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웨딩 임파서블>은 그래서 마치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로맨틱 코미디 같다. 진심보다 우선하는 건 그래서 현실이다. 이들은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도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들은 하나의 미션이 되고 심지어 알바 같은 일이 된다. 다소 극적인 설정이지만 <웨딩 임파서블>이 제목에서부터 ‘미션 임파서블’의 뉘앙스를 풍기며 미션을 클리어 해야 될 것 같은 게임적인 느낌을 더해 넣은 건 그래서다.

혹자들은 나아정 역할의 전종서가 로맨틱 코미디와는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나아정이라는 인물이 하고 있는 연애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나아정은 사랑에 빠진 러블리한 모습보다는 말 그대로 미션을 해결해가는 당찬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절실함이 늘 묻어나는 전종서라는 배우와 오히려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다만 현 세태들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이 작품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사랑이야기를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건 연기로 시작했지만 진심으로 바뀌어가는 나아정과 이지한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나아정은 위장결혼 연기를 하려 했고, 이지한 역시 그걸 막겠다고 대놓고 로맨틱한 남성을 연기하며 나아정의 마음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아정은 이지한이 배우로서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리고, 이지한 역시 나아정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들에 흔들린다.

과연 이 미션 같은 멜로 연기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는 진심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나아정도 또 이지한도 변화할 수 있을까. 그 변화를 전종서는 또 어떻게 연기로 표현해낼까. 이를 통해 <웨딩 임파서블>은 현실을 빼고는 사랑이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이는 이 낭만 없는 세상의 온도를 조금은 높여줄 수 있을까.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기대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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