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임파서블’, 도발과 유쾌함의 흔치 않은 콜라보 로맨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월화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도발적이다. 여주인공 나아정(전종서)이 친구인 형 이도한(김도완)과 결혼을 준비하면서 남동생 이지한(문상민)과는 서로 애정을 느껴가는 이야기다. 이 구도만으로도 평범한 정서는 아닌데 여주인공이 결혼하려는 형은 성소수자다. 그러니까 이 결혼은 위장결혼이다.

사회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인정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지만 한국의 모든 이가 아직 성소수자들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갖는 상황은 아니다. 성소수자인 남자 주인공의 성정체성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예비) 형수와 연애하려는 동생은 여전히 부도덕,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이처럼 하나도 아니고 두 겹의 논란 소재가 결합된 이야기가 다양한 시청자들이 수용하는 드라마로 방송될 수 있는 것은 동성애와 후계자 계승 문제를 엮어 납득 가능한 스토리 구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동성애자인 형은 재벌 그룹을 물려받고 싶은 생각보다는 그저 사랑하는 이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다. 그리고 이 형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여주인공만 안다. 쇠약한 회장 할아버지는 이 동성애자 손자를 다른 재벌집 자녀와 혼인시킨 후 그룹을 물려주려 하고 동생도 형이 후계자가 됐으면 하지만 이를 방해하려는 배다른 손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구도에서 형은 무명 배우 여주인공과 위장결혼으로 할아버지의 뜻을 꺾으려 한다. 동생은 형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결혼을 방해하려 하고 형과 결혼하려 하는 여주인공의 의도를 불순하다고 여겨 여주인공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형이 여주인공과 결혼하지 않고 회사를 물려받도록 만들려고 애쓴다.

이 구도에서라면 동성애 그리고 형수와의 연애라는 민감한 소재들은 드라마로 지켜볼 만한 일들이 된다. 심지어 <웨딩 임파서블>은 이 도발적인 구도들 위에서 코미디도 펼친다. 동성애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좀 넘었고 여러 작품에서 주연의 주변인 정도로는 꽤 등장했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무겁게 다뤄졌다.

근래에는 OTT 등에서 공개가 급증한 BL물들을 통해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됐고 이런 계열의 작품에서는 풋풋하게 다뤄지는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나가는 경우는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다. 형수와의 연애도 주로 현실의 막장 사건을 다루는 재연 드라마에서나 취급됐지 정통 드라마에서는 손대기 쉽지 않은 불편한 소재였다.

<웨딩 임파서블>은 이런 도발적인 설정들을 과감하게 대중적인 미니시리즈에서 시도한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담아내고 있으니 엔딩까지 어떻게 풀어나갈 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여주인공과 동생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투적인 설정이 많아 다소 아쉽다.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면서 애정이 커져 가는 에피소드들은 기존의 멜로 드라마들에서 흔히 보던 상황들이다. 작품의 도발적인 기본 구도가 전하는 신선함을 멜로의 클리셰들이 깎아 먹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딩 임파서블>은 12부작 중 앞으로 남은 8회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우선 전종서 연기가 일품이다. 전종서의 러블리한 연기는 작품 전체를 하드캐리하고 있다. 전종서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영화 <버닝>으로 데뷔해 이후 <콜> 같은 공포 영화 등을 거치는 동안 강렬하고 마니악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와 같은 영화에서 사랑스럽고 풋풋한 젊음의 멜로도 잘 소화해 냈는데 이번에 드라마를 통해 러블리한 연기도 매력적인 배우임을 대중들에게 확인시키고 있다.

<웨딩 임파서블>에는 다른 드라마에서 얻기 힘든 재미도 있다. 시청자는 일반적으로 종종 드라마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데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동생에의 동화로 인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된다. 형과 여주인공이 애정 없는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동생에게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때는 금지된 사랑의 아슬아슬함이 주는 긴장을 느끼게 된다.

이어 동생에의 이입에서 빠져나와 모든 숨겨진 사실을 아는 전지적 시청자의 입장이 될 때는 수긍할 수 있는 애정 구도이기에 심리적으로 이완이 되는 과정을 드라마 시청 중에 종종 겪게 되는데 이런 경험은 다른 작품에서는 흔치 않다.

<웨딩 임파서블>이 남은 방송분에서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잘 살려 처음 그 발칙한 구도만큼이나 인상적인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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