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청률 최하위 TV조선, 반등 가능성은?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예상은 했지만 낙폭이 지나치게 크다. 단기 처방전은 있지만 추세를 돌려놓을 방법은 많지 않다. 11개월 만에 종합편성채널 중 최하위로 내려앉은 TV조선 시청률 얘기다.

3일 시청률집계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TV조선의 2월 평균 시청률은 1.206%(전국 유료방송 가입 가구 오전 6시~다음날 오전 1시)로 전체 채널 중 8위, 종편 중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TV조선 2월 시청률은 전달 1.470%에 비해 무려 0.264%p 급락세를 보였다. TV조선 월간시청률이 종편 중 꼴찌를 기록하기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TV조선 시청률 급락에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올림픽 생중계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하며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어 모은데 비해 생중계가 불가능한 다른 채널의 시청률 하락은 이미 예상된 수순.

실제 TV조선 외 다른 종편들도 소치 올림픽 열풍에 따른 시청률 약세를 비켜가지 못했다. MBN이 20개월 연속 종편 1위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0.083%p 하락한 1.660%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채널A와 JTBC도 각각 1.255%와 1.245%로 전달 대비 0.003%p와 0.093%p 내림세를 나타냈다.

반면 지상파 3사는 모두 1월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생중계에 김성주를 투입해 짭짤한 재미를 본 MBC가 전달보다 무려 0.751%p 상승한 5.461%로 전체 채널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만들어냈다. MBC는 올림픽 중계 선전 등에 힘입어 SBS를 끌어내리고 전체 시청률 3위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MBN 관계자는 “비록 올림픽 생중계를 하지 못했지만 메인 뉴스 등을 통해 소치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고 관련뉴스를 심층 분석했다”며 “지상파 예능이 결방하는 동안 <황금알><동치미> 등 인기 프로그램이 방영돼 올림픽에 둔감한 시청자를 잡았다”고 말했다. 예상된 올림픽 악재에 비해 이 정도 시청률 하락이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TV조선이 소치 동계올림픽을 전략적으로 방관했거나 미숙하게 대응했다고 쳐도 타 종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게 사실이다. 외적 변수인 올림픽 자체만으로는 이 같은 내림세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정치 이슈에 강점을 보이는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상승곡선을 그리며 한때 종편 부동의 1위인 MBN을 턱 밑까지 추격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에 이미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TV조선에 출연 중인 A 평론가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TV조선은 결국 강력한 시사이슈를 삼키고 확대재생산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석기 사태 등 주시청층을 열광시킬 수 있는 호재로 MBN을 바짝 추격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자극적인 정치이슈가 줄어들면서 성장동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주시청률 연령대를 겨냥한 맞춤형 예능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며 안정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MBN이나 검증된 스타앵커와 스타PD를 끌어들여 획기적인 프로그램 개발로 탈종편을 선언하며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JTBC 등 다른 종편에 비해 뉴스 외에는 별달리 경쟁력을 내세울 게 없는 TV조선 입장에서는 시사이슈 부재에 올림픽 열풍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시청률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개편이나 진행자 교체를 단행한 몇몇 프로그램이 화제성 창출에 재미를 보지 못한 가운데 일부 시청자층 외면을 사고 있는 점도 2월 시청률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황금펀치>는 낸시랭을 진행자로 영입한다고 발표하면서 TV조선 주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물론 TV조선 시청률은 2월을 저점으로 반등할 공산이 크다. 올림픽 이슈가 사라진 데다 워낙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 떨어질 여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등의 강도다. 3월 시청률도 종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단시간 내에 다시 개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디어비평매체의 B 편집장은 “TV조선의 경우 크기를 키워 지상파를 잡으려는 욕심과 미국의 폭스TV와 같이 열렬한 지지를 받는 우파매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생각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조선일보와 달리 인력구성도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에 대한 내부적인 공감대나 확신이 없는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외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할 경우 정치 시사 이슈에서 더 ‘강력한 발언’을 할 수 있는 패널들을 섭외해 주시청자층을 결집시키며 만회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오면 다시 중도층 시청자들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결국 얼마남지 않은 6.4지방선거가 TV조선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을 통해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저비용고효율을 확실하게 경험한 TV조선이 시청률이 하락했다고 예능, 드라마 등 여타 분야에 투자를 단행하며 확장형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청률 하락에는 단기 처방전으로 대처하면서 지방선거를 통해 주시청증을 결집시키면서 또 한 번의 중흥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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