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왕 유아인'이냐 '패션왕' 주인공 유아인이냐

[엔터미디어=김봉법의 스타일 나우] 유아인을 안지 벌써 8년째인데 아직도 존댓말을 쓴다. 불편하고 어색해서가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약간 기가 눌렸다. 물론 일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그랬었는지 몰라도 서로 할 말만 간단히 했고 심지어 그는 아주 정중했다. 그가 새로운 작품을 홍보할 때 몇 번 더 만났지만 변한 건 전혀 없었다.

2년 전쯤에는 그를 섭외해 공익 캠페인 사진을 찍었었는데 후원사의 실수로 촬영한 사진을 못 쓰게 돼 재촬영이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발생했지만 싫은 기색 전혀 없이 양해를 해주는 젠틀함까지 보여줬다. 이 모든 건 성균관 스캔들이란 드라마가 대박 나기 전 일들이다.

드라마가 떠서 유아인이 변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그 시기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걸 서서히 보여준 게 아닐까? 패션계에서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수많은 브랜드의 모델과 자기 이름을 건 패션 채널의 프로그램까지 그가 소화할 수 없는 건 없었다.

어쩌면 대중과 매체가 그를 발동 걸리게 만들었지 모르겠지만 그도 억지로 흉내내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본인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게 패션이니까. 지난해 영화 '완득이'를 홍보하면서 유아인은 가장 절정에 올랐다. 그가 입고 신고 걸친 모든 것에 관심이 주목됐으니 말다했다. 본인도 의식하듯 매번 새로운 스타일로 나타났고, 개인적으로 '유아인이 입으면 잘 어울리겠다' 생각한 옷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가 입고 나온 적도 몇번 있었다. 수소문해보니 직접 매장에서 구입했단다.

이제 '유아인 스타일'이 생기는 것인가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웠다. 아니 아직은 유아인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고 지난해 가을 한 패션 브랜드의 파티장에서 본 유아인은 물이 올라있었다. 파티에 가기 전 옷을 직접 고르러 매장에 왔었는데 우연히 내가 다른 배우에게 입히기로 한 옷을 그가 골랐다. 결국 그에게 그 옷을 양보했지만 누가봐도 잘 어울렸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 된 셈이다.



2012년은 이런 유아인에게 정말 중요한 해가 아닐까 싶다. 연기면에서도 그렇고 스타일면에서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룬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패션왕'이라는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 그에게 다가왔고 그는 덥석 물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유아인의 스타일이 지루해지거나 실험적이되거나 대박나거나 이중 하나일거다. 개인적으론 '대박'이 나서 새로운 패션 아이콘이 탄생되길 바라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유아인은 고민하고 있을 거다. 어떤 걸 빼고 어떤 걸 부각 시킬지. 본인 생각만 고집해서도 안되고 주변사람들 얘기만 믿어도 안되는 일이다.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싫증을 금방내는 대중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받을 것 같다. 유아인이라서 예외일까? 그러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참 냉대하다. 열 번 잘했어도 한 번 이상하면 외면한다. 이십대 유아인의 머릿속은 지금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을 거다. 아니면 그 반대로 차분하고 담담하던가. '패션왕 유아인'이 될 수도 있고 '패션왕' 주인공 '유아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에게 이런 건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유아인은 도도하니까. 패션왕이 된 유아인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란 기대로 3월을 기다려봐야겠다.


패션칼럼니스트 김봉법 zencool@hanmail.net


[사진=엔터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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