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스타' 박성훈 PD가 들려준 그 특별함의 비밀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스타는 발굴해 내는 것일까 키워지는 것일까? TV 속에서는 오늘도 많은 스타 지망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또 평가 받는다. 단순히 가창력을 겨루는 선을 넘어 멘토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K-pop 열풍의 주역인 기획사들이 나섰다.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는 기존의 오디션에 이미 시스템을 검증 받은 국내 최고의 기획사 SM, YG, JYP가 합세하여 스타를 발굴해 내는 프로그램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속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K팝 스타’를 찾아 그 뒷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박성훈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제 그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K팝 스타'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참신하더군요.

정석희: 영리한 프로그램이죠. 여러모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각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배제했더군요. 지난주처럼 세 명씩 경쟁하는 방식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박성훈: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나의 장르가 되면서 SBS 브랜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예전에 YG의 양현석 사장과 농담처럼 우리끼리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거죠. JYP는 이미 SBS와 두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같이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승자를 잘 키워 주리라는 믿음이 있잖아요?

정덕현: 출발하기까지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박성훈: 회사마다 입장이 달랐고 조율할 것도 많기에 공감을 넘어 세세한 제도적 협의가 필요했습니다. 누누이 말해왔지만 일단 뽑아만 놓고 그만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정석희: 현재까지의 방송으로는 1등 여섯 명과 2등 여섯, 총 12명인데 어떤 방법으로 최종 진출자를 가렸나요? 그리고 우승한 참가자가 기획사를 선택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박성훈: 당연히 1등은 모두 올라갔고요. 2등끼리 경쟁을 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 참가자를 선택 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승자가 회사를 선택하게 되겠죠. 그러나 민감한 부분이라 방송 중에 큰 틀로 다룰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정석희: 10인의 생방송 진출자도 예선 때처럼 기획사로 데려가 트레이닝을 받게 되나요?

박성훈: 본선이 시작되면 더 이상은 기획사와 참가자가 1:1로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는 공정한 심사가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멘토제가 아닙니다. 캐스팅 오디션이잖아요? 예선에서 기획사를 돌며 트레이닝을 받았던 건 가능성이 있는 참가자를 기획사에서 데려가 여러모로 살펴 볼 기회를 주자는 의도도 있었어요.

정석희: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가르침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스타의 재목을 데려다가 자세히 관찰할 기회였다니 말이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하이 양에게 임재범 노래를 시킨 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인성을 지녔는지 세세히 뜯어 본 거로군요.



정덕현: 어쩐지 자신의 회사에서 트레이닝 한 참가자에 대해 애착이 생겼을 법도 한데 심사평은 회사와 무관하더라고요.

박성훈: 특정 참가자에게는 물론 애착이 생기기도 했겠죠. 그러나 대부분은 참가자들이 회사 두 군데를 옮겨 다니며 심층 면접을 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정석희: 기획사마다 트레이닝 법이 다르고 호오도 다를 텐데 창법이나 지도방식이 달라 혼란스럽지는 않았을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녹화분에서는 노래가 기술적으로 보정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생방송이 시작되면 실력이 가감 없이 고스란히 드러날 텐데요. 혹시 시청자가 실망하는 일은 없을까요?

박성훈: 그렇죠, 회사마다 중요시하는 점이 다르긴 하죠. 그러나 다행히 발성이나 발음에서 상호 보완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더 없이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녹화 방송에서는 목소리가 음향에 묻히면 고르게 잘 들리도록 수정을 하기도 하고 톤을 맞추기도 해요. 일부러 포장을 하는 건 아니고요. 생방송에서는 수정할 시간이 없으니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은 다른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겠죠. 같은 여건이라는 가정 하에, 워낙 실력들이 좋으니까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아요. 그러나 어쨌든 평소보다 못한다고 느끼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석희: 1차 오디션 때부터 세 회사 관계자들이 참여했다고 들었는데요, 실제 다른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참가자도 있나요?

박성훈: 데이터 분석은 안 해 봤지만 타 오디션에서 놓친 참가자 중에 대어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방송으로 보이는 단계까지 갔던 친구는 없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석희: 다들 대단한 실력이지만 막상 당장 솔로로 데뷔한다면? 기대처럼 진정한 스타가 나와 줄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룹으로 뽑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울랄라 세션’의 예를 봐도 이를테면 '수펄스'같은 그룹에게 1등을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기획사가 솔로보다는 그룹을 더 많이 성공시키기도 했고요.

박성훈: 저희 프로그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요하지는 않아요. 개개인 그룹을 염두에 두고 지원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는 개인 도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정덕현: 대중들은 '수펄스'에게서 '울랄라 세션'을 바랄 수 있어요. 실제로 저희 집 사람은 ‘수펄스’가 ‘페임’을 부를 때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만큼 감동적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그 쪽은 본래부터 팀이었고, 여기는 각자의 욕구가 다르니 개인으로 가는 거죠. 그런 점에서 'K팝 스타'는 프로그램이 유연한 느낌이 있어요.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정석희: 자연스러운데다가 뭔가 드라마틱한 부분도 있습니다. 캐스팅 오디션 막바지 때, 거의 모든 카드가 다 쓰였을 때요. 이정미 양이 입을 달싹이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어요. 기도를 하나 싶었는데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너무 드라마틱해서 의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적어도 보아 씨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요?

박성훈: 워낙 상황이 극적이어서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보아 씨가 들어가기 전부터 굉장히 고민되고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어요. 도저히 결정을 못하겠으면 카드를 다 쓰지 않아도 되냐고 묻기에 그래도 된다고 했는데 정말 안 쓰더라고요. 웬만하면 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보아 씨 혼자 마음으로야 누군가가 용기를 내주기를 바랐을 수도 있겠지만 전혀 의도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정덕현: 보아 캐릭터가 원래 그런가요? 카리스마가 있는데 러블리하기까지 하더군요.

정석희: 우리나라에서야 가끔 보여준 무대 외에는 별 다른 노출이 없었지만 일본 쪽 예능에서는 그런 면이 많이 보였었어요. 나이에 비해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배려심도 있고 지혜롭습니다.

박성훈: 우리로서는 다행이었어요. 나이도 어리고 다른 두 분에 비해 경륜도 부족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걱정 했거든요. 보아의 성공이 프로그램의 성공이라 예측했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이 있나 싶어요.

정덕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자 심사위원이 이렇게 부각된 적이 없었죠.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는 자리였는데 보아는 양현석과 박진영이 대립 각을 세우면 중간에서 정리까지 하더라고요. 그리고 기획사의 이면을 보여준 것도 좋았어요. 기획사마다 느낌도 다르고 재미있더라고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빅뱅이나 2NE1 앞에서 노래하는 건 어떤 심정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정석희: 저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양현석 씨의 면면들을 볼 수 있어 좋더군요. 간혹 빅뱅이나 2NE1 다큐 때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 노출이 되는 건 처음이니까요. 그런데 가끔 박진영 씨 쪽이 대중의 오해를 사도록 편집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박진영 씨가 생각보다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면이 있더라고요. 실제로 친구 사이라고 들었는데 원망도 좀 들으셨지 싶은데요.

박성훈: 심사의 재미는 박진영씨가 핵심입니다. 방송으로 다 내보내지 못해 아쉬운데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제작진으로서는 빚을 지는 느낌이에요. 조목조목 짚어가며 얘기를 하다 보면 간혹 열 개중에 한 개 정도는 다르게 듣는 시청자들이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 같은 건데 나쁜 부분을 보는 거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뾰족하게 지적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나요.

정덕현: 맞습니다. 박진영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심사위원석에서 박진영씨를 빼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어딘지 심심한 느낌이 들겠죠.



정석희: 지금까지 아쉽다고 생각되는 탈락자가 있나요?

박성훈: 이젠 뭐 한 사람 한 사람 정이 들어서요. 떨어질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고 너무 안타깝죠. 굳이 고르자면 최래성 같은 경우, 특히 감정이입이 되었었어요.

정석희: 최래성 군은 어떻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더군요. 어린 친구가 혼자 그 먼 바닷가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다들 개성이 있지만 이하이 양은 정말 특이한 캐릭터에요. 저는 살면서 그런 느낌을 주는 인물은 처음 봅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어딘가에서 한 번씩은 봐 왔던 스타일인데 이하이 양은 전혀 다르죠. 평소는 또래의 모습인데 곡이 시작되면 눈빛이며 표정이 확 바뀌잖아요. 사실 저희 남편은 자꾸 자막에 눈빛이 바뀐다고 쓰여 있으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정덕현: 연출 포인트도 좀 있는 것 아닌가요?

박성훈: 이하이는 사람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힘이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느꼈으니까 그렇게 쓰는 겁니다.

정석희: 타 오디션보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이 많았잖아요. 생방송이 시작되면 이제는 서서히 실력이 드러나는 참가자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승훈이 춤과 랩으로 어디까지 살아남을지 궁금해요. 지금까지의 오디션은 주로 가창력 위주였으니까요.

정덕현: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확실히 우리 세대와 다른 면이 있죠. 어떻던가요?

박성훈: 빨리 배우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떨지를 않아요. 안 떨어서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절박함이 덜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보아 씨가 '이건 서바이벌이잖아요' 했던 것은 그녀도 그런 느낌을 받아서일 거예요.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제작진이지만 우리 또한 참가자 모두에게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박성훈 PD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손지민,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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