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설적인 가수들의 거부할 수 없는 지혜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도 꿈틀거림이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건 아니지만 음원 차트에서 볼 수 있었던 몇몇 의미 있는 변화와 예상치 못했던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하나의 경향으로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게 가요계다.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허우적거리기 일쑤고, 열심히 만들어 놓은 해답도 한 순간에 헌신짝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의 롤 모델이나 조언자가 필요했다. 100%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보고 배울 수 있는 존재의 필요성, 엄청난 가뭄 끝에 만난 한 줄기 단비처럼 시원함을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감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필요했다. 아이돌 열풍 속에서 ‘난제’가 되고만 그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난제를 해결해 줄 아티스트들이 속속 가요계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이효리와 신화가 있다. 이효리와 신화는 각각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효리는 1세대 아이돌 열풍 때부터 가요계를 지키고 있는 아티스트다. 예능과 가요 프로그램들을 넘나들며 보여준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은 많은 후배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주제 의식을 던졌고 이렇게 활동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답안을 제시했다. 신화도 마찬가지다. 결합과 해산을 반복하는 아이돌 그룹 시장에서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후배 아이돌 그룹들은 신화에게서 우정과 올바른 개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두 아티스트 모두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바이블과도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인 음악 활동에 대한 답안을 제시해 줄 대선배 아티스트도 있다. 신들의 전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알맞을 것 같다. 가왕 조용필은 음반부터 시작해 음악계 전반에 파란을 일으키며 거장의 책임감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려올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제 갓 활동을 시작한 아티스트에게도,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추고 있는 아티스트에게도, 중견급을 넘어선 아티스트에게도 모두 최상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도전정신과 음악성을 갖춘 이 시대의 아티스트다. 무대에서 노래하며 세대를 넘나들며 호흡하고 음악 자체만으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건 가왕이기에 가능했다.



2009년 이후 4년 만에 컴백을 선언한 이승철도 마찬가지다. 선공개에 이어 11번째 정규 앨범으로 활동을 이어갈 그는 라이브의 황제로 불리며 공연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길잡이를 제공한 보컬의 신이다. 가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의 음악을 불러봤을 정도로 보컬의 모든 조건을 갖춘 교과서급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이런 그이기에 <슈퍼스타 K>에서의 심사는 미완의 참가자들을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가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그가 가요계로 복귀하는 건 곧 보컬 쪽에서 가장 확실한 멘토가 함께 활동한다는 뜻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판도가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냉정히 말해 똑같은 음악이 판을 치게 된 배경에는 현실을 타파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사실이 존재했다. 게다가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을 바꿀 정도로 힘 있는 누군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방향성을 틀어버리려면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아티스트가 있어야 하는데, 정상급 아이돌 그룹만 활동을 이어갈 뿐 멘토가 될 만한 아티스트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성 세대도 음원 시장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판도가 바뀔 수 있었는데,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장년층의 요구가 반영될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장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왕 조용필과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은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시장에 반영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방향성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에 동화되지 않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공고한 음악적 색깔을 이미 오래전에 확립한 아티스트들이다. 그러니 누구나 휩쓸려 갈 수 밖에 없는 가요계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움직일 수 있다. 두 아티스트의 활동이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귀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똑같은 시스템에서 똑같은 아티스트들을 양산하고 이를 통해 비슷한 상업적 수익을 올리려 생각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다른 요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불과 일주일 뒤 성적이 눈에 보이는 음악들이 쉽지만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었다는 것, 모두가 놓치고 있었지만 놓치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조차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곳이 대중 음악계다. 어떻게 보면 늘 객관적인 시선을 배격하는 느낌들이 존재한다. 이 느낌이 잠식하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고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측면이 우선시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역사를 알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동시대를 풍미한다는 건 아티스트들에게도 대중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베테랑들의 존재감을 주목하자. 차갑기만 한 현실을 깨는 건 쉽지 않지만, 그 현실을 뚫고 나오는 혜안은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YPC프로덕션, SBS,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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