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최대 위기, 관찰카메라에서 호감이 사라지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 진원지는 기안84. 최근 <복학왕>이 불러일으킨 여성혐오 논란은 그 발단이 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기안84가 창작자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표현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건 이 논란에서 불편함을 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정당한 주장이라는 걸 보여준다.

결국 불똥은 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영향력까지 갖게 만들어준 <나 혼자 산다>로 튀었다. 그간 여러 논란들이 반복되었지만 사실상 방송이 어떤 제재나 자숙조치를 하지 않고 강행되고, 심지어 그걸 하나의 캐릭터로 무마해준 면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작진의 아무런 공식 조치가 나오지 않는 건 그래서 프로그램 애청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건 사실상 문제를 일으켜도 방송이 무마해줄 것이고, 그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해도 된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감정들은 이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 자체로도 옮겨가고 있다. <나 혼자 산다>가 초심을 잃고 지인들 끼리끼리 노는 것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렇게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전현무가 투입되면서 <나 혼자 산다>는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였던 혼자 사는 삶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들끼리의 케미와 놀이에 집중해왔다. 기안84, 박나래, 성훈, 헨리, 한혜진 등등이 거의 고정 출연자가 되어 그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됐던 것.

이것은 이미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 지금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나홀로 문화가 익숙해진 일상이 됐기 때문에 이를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어진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연예인 관찰카메라로 방향 전환을 했고,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식구들(?)의 특별한 하루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변화하고도 <나 혼자 산다>는 초심 운운하는 이야기보다는 재미있다는 평가가 더 우세했다. 그만큼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시청자들과 정서적인 유대관계 같은 것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대관계는 호감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최근 벌어진 기안84 논란이 호감을 비호감으로 만들어내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박나래가 남동생을 찾아가는 에피소드에서도 호불호가 나뉘게 된 건 이런 변화된 시청자들의 정서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동생의 전셋집을 박나래가 해줬다는 내용은 호감으로 바라보면 훈훈한 우애가 느껴질 수 있지만, 비호감의 시선으로 보면 가진 자의 돈 자랑같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항간에는 증여세는 냈냐는 식의 시선이 더해지기까지 한다.

가까운 지인들이 출연하는 것에 있어서도 호감의 시선으로는 그 지인들조차 좋게 보이지만, 비호감의 시선으로 보면 그들끼리의 리그같은 불편함으로 보여질 수 있다. 결국 관찰카메라에 있어서 호불호의 문제는 프로그램 최대의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 또한 그저 지나갈 것이라는 안이한 대처가 더 큰 후폭풍이 올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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