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는 과연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이 반등했다. 지난 4월 이후 두 자릿수에서 밀려나 6%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지난 2주간 다시 11%대로 올라왔다. 박세리의 럭셔리 라이프에 한 회분을 통으로 할애한 과감한 섭외에 이어 원투 펀치인 박나래와 기안84 편을 함께 편성하는 초강수가 먹혔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 기안84는 설정과 기획의 염도가 높아진 <나 혼자 산다>캐릭터 본연의 면모로 많은 올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허나 시청률 그래프에 주효한 이 자구책이 <나 혼자 산다>의 흐름까지 바꿔놓을지는 미지수다. 고급 주거 공간을 보는 재미는 관찰예능의 시대에 그리 색다른 즐거움이 아니기도 하고,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교감 마련을 캐스팅의 화려함과 특별한 이벤트로 해결하는 방식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이시언, 성훈, 헨리 등등 기존 멤버들의 활약이 뜸한 사이 박나래에 대한 의존도가 여러모로 급격히 늘어나 캐릭터 소모도 큰 상황이다.

그런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LA까지 날아가 담아올 정도로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 엿보기를 추구했고, 늘 유명세와 신비주의를 넘어선 캐스팅으로 이슈를 만들었다. 심지어 남자 출연자들은 항상 샤워신을 넣어 옷을 벗겼다. 사실상 콘텐츠와 캐스팅 방식에 있어서 그때와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오늘날 <나 혼자 산다>에는 예전 같은 리얼함과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너진 커뮤니티에 있다. 갑작스런 사건 이후 박나래의 헌신으로 예상보다 자리를 잘 잡았지만 그 시절 무지개모임을 대체할만한 커뮤니티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2017년 봄을 기점으로 지상파 최고 인기 예능으로 거듭난 이유는 출연자들의 일상 관찰이나 이벤트가 리얼하게 다가와서가 아니라, 그들이 정말 진짜로 친해 보여서다. 4주년 제주도 여행을 기점으로 무지개라이브를 통해 우정을 쌓아온 멤버들을 주축으로 1인 가족 관찰을 넘어선 예능으로 진화했다. 관찰이란 코드와 형식은 유효하지만 혼자 산다는 개념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확대됐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무지개 회원들의 적극적인 교류와 스튜디오 토크다.

웃음을 생산하는 박나래, 존재 자체가 예능의 실타래인 기안84, ‘얼간이들을 이끌면서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 묘미를 더하는 이시언, 활력을 불어넣는 헨리, 리액션과 진심어린 마음으로 서포트하는 한혜진과 이 모두를 아우르고 지휘하는 전현무까지 소위 말하는 캐릭터의 역할이 분명했다. 각자 확실한 역할은 물론, 기와를 겹쳐 놓은 듯한 서로가 서로에게 꼭 맞아 떨어지는 맞물림이 있었다. 흔한 썸타기가 실제로 극을 이끌어가는 긴장감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늘날 고정 체제가 반고정 체제에 가깝게 출연진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가족적 분위기가 많이 옅어졌다. 가끔씩 등장하다보니 돌아온 한혜진의 소극적인 모습이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친밀도가 떨어지다 보니 스튜디오 토크쇼가 밋밋해졌다. 박나래가 끌고 가는 분위기에 한두 마디 얹는 리액션만 남은 흔한 관찰예능의 토크쇼가 됐다. 박나래의 멘트를 제어하거나 활용해서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멤버는 전무하다. 이시언의 역할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기안84로 인해 발발되는 티키타카나 사적 친밀함이 드러나는 대화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새로 들어온 출연자의 개성이 스튜디오쇼까지 넘어오지 못했고, 실제 연애까지 이어진 친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는 지금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

<나 혼자 산다>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무지개모임을 통해 1인 가구 관찰을 벗어나 관찰예능의 재미와 지속가능성을 확장했다. 촬영해온 영상으로 그간의 근황을 나누는 절친한 친구들의 모임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시청자들도 이 자리에 매주 초대된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지켜보면서 호감을 느끼고, 그들이 어울려 사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관찰 예능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친근함과 이 친밀한 토크쇼가 만나 <나 혼자 산다>는 시청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예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정서적 유대가 느슨해지고 있다. 7주년 기념 라이브편이 큰 반향을 남기지 못한 건 위기의 시그널이었다. 박나래 회장 시대의 새로운 무지개 모임은 유사 가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쇼의 재미를 예전처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 혼자 산다>는 몇 번의 위기를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극복해낸 역사가 있다. 흐름을 끊는 제작진의 적극적인 작전타임도 훌륭한 편이다. 여기에 더해 그간 함께 나눈 교감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드라마의 기본 요소를 점검하고, 커뮤니티의 울타리를 다시금 튼튼히 쌓아올릴 시점이다.

보다 구체적 기획과 설정으로 시트콤에 가까운 관찰 예능이 널려 있고, 초기 <나 혼자 산다>에 보다 가까운 tvN <온 앤 오프>가 새로이 방송되는 오늘날 <나 혼자 산다>는 시청률이 돌아왔으니 한숨은 일단 돌렸다. 이제 긴 세월 어렵게 쌓아올린 특장점과 단단한 팬층과 함께할 방법을 돌아볼 때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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