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데소’ 장도연·박나래가 불붙도록 방향 선회 절실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단 한 번도 여성 예능의 시대가 펼쳐진 적 없는 이 땅에서 박나래와 장도연 콤비의 최근 행보가 두드러진다. 남성 예능인들은 이른바 사단, 혹은 라인을 꾸리고 십 수 년 째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지만 여성 예능인은 늘 T.O의 한계와 제한된 역할로 인해 친분 있는 동료들과 다양한 도전을 함께한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런 가운데 송은이와 김숙 콤비에 이어 보다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곳에서 활약하는 박나래와 그의 단짝 장도연의 최근 활약이 눈에 띈다.

이 둘은 과거 KBS2 <개그콘서트>MBC <마리텔>, <나 혼자 산다>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깊은 관계를 이어오면서 최근 SBS<정글의 법칙>을 대신해 신설한 연애예능 <박장데소>의 첫 공동 MC를 맡게 됐다. 여성과 연애를 잇는 연결고리가 클리셰긴 하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등장한 여성 출연자들이 주도하는 지상파 예능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장데소>는 자칭 연애의 고수라는 박나래와 장도연이 각각 가이드가 되어 데이트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전 데이트 컨설팅을 보이고 대결을 펼친다. 처음에는 일반인 커플을 대상으로 두 가이드가 직접 맞춤형 데이트 코스를 설계했다.

하지만 1%대 시청률이라는 저조한 반응 때문인지 4회부터 연예인 특집이라며 기획 방향을 연애를 잘 못하는 남자 연예인들의 연애세포 깨우기로 전격 선회했다. 그 첫 탄으로 김호중이라는 미스터트롯 코인을 급히 이용했고(기대한 만큼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임원희에게 앞으로의 연애와 데이트에 도움이 되는 팁과 연애 지식을 설파하면서 가평의 다양한 핫플레이스와 먹거리, 웨이크 서핑 등 요즘 유행하는 레저를 소개한다.

이 짧은 설명에서 느껴지듯 새로운 재미나 특징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리얼리티는 떨어지며, 데이트 코스 제안이란 포맷은 올드하다. 2014SBS <>의 불명예 종영 이후 한참 잠잠하던 연애예능은 2017년 채널A <하트 시그널>의 흥행을 기점으로 부활했다. 이후 Mnet <러브캐처>, <썸바디> SBS <로맨스패키지> MBC <호구의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 KBS2 <썸바이벌>, TV조선 <연애의 맛> MBN <내 친구 소개팅>, tvN <선다방> 등 다양한 연애예능이 자기만의 간판을 갖고 생겨났다. 설레고 긴장되는 연애 감정과 대리만족의 전달이란 재미 요소는 동일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리얼해지고 설정은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눈은 그보다 늘 높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박장데소>는 이런 흐름을 거스른다. 연애감성이나 리얼한 관계 보다는 설계와 대결이란 측면이 두드러지는 만큼, 박나래가 몸담은 바 있는 여행예능 tvN <짠내투어>의 데이트 버전 같다. 요즘 데이트 코스로 뜨고 있는 힙한 핫플레이스와 엑티비티를 소개하면서, 연애를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짧은 과학적 상식이나 사례를 곁들인다. 그리고 두 가이드가 가져온 코스를 비교해 승패를 정한다.

연애에 관해 할 말 많은 박나래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기획 혹은 캐스팅인 듯한데, 아쉽게도 평생 연애를 두 번밖에 안했다는 장도연에게 잘 맞는 옷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불필요한 상황극, 억지스런 코칭과 같은 무리한 설정이 남발되고 실제 연애 가이드라기에 부자연스럽고 일상적이지 않는 장면이 연출된다. 승패도 일방적이다. 박나래 또한 <나 혼자 산다> 등에서 익히 알려진 캐릭터를 반복할 뿐, 둘이 팀을 이룰 때만 볼 수 있는 무엇은 없다.

이처럼 대결 구도는 함께하는 시너지 발휘에 큰 제약이다. 매번 둘이서만 대결하다보니 각자 데이트 코스를 따로 찍어온다. 물론 스튜디오에서는 만나지만 박나래와 장도연이 콤비로 활약할 공간이 부족하단 뜻이며 둘이서 함께 만드는 그림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둘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고 영향을 줄 가능성이 애초에 제한되어 있다. 스토리가 없는 영상을 보면서 한껏 에너지레벨을 올리고, 재미와 오글거림 사이에 있는 상황극에 늘 웃음이 빵빵 터지는 스튜디오 토크쇼는 연애감정과 같은 감성무드가 아니라 노력과 열심히라는 근면성실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요즘, 넷플릭스만 봐도 알 수 있듯 연애예능은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등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는 가장 보편적인 리얼버라이어티 소재다. <박장데소>가 급히 편성을 메우다보니 마주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박나래와 장도연이라는 모처럼 탄생한 여성 듀오의 브랜드를 단순히 고체연료 태우듯 소모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이미 한번 설정에 전격적인 변화를 준만큼, 둘이 붙어 있을 때 더욱 불이 붙을 수 있도록, 둘이 첫 공동MC를 할 때 나오는 시너지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콤비네이션의 핵심이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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