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부동산’, 투박하지만 부동산과 원귀를 엮은 건 신박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집에 얽힌 한이 이토록 깊었던가. KBS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을 보다보면 우리네 부동산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임신한 딸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을 분양받았다가 사기라는 걸 알고는 집도 돈도 다 날리게 되어 결국 화병으로 사망한 어머니. 옥상 빵집을 운영해 대박을 냈지만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한다며 내보내고는 그 빵집을 그대로 운영하자 거세게 항의하다 실랑이 끝에 사망한 억울한 세입자. 치매를 앓는 자신 때문에 자식들이 힘겨워한다는 걸 알고는 스스로 아버지가 집을 나와 우물에 몸을 던졌지만, 동생이 죽였을 거라 한 평생을 원망하며 살아왔던 누나가 진실을 알고 화해하는 이야기. 임대아파트 사람들을 차별하던 주민들이 설치한 철조망 때문에 이를 넘다 떨어져 사망한 아이. 혼자 사는 여성이 범행을 당할 것 같아 도와주다 오히려 사망하게 된 여성...

<대박부동산>은 매 회 부동산과 얽힌 원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귀신 들린 집을 퇴마해 제대로 된 가격에 집을 팔아준다는 콘셉트의 대박부동산이지만, 사실 퇴마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부동산 원귀들의 사연들이다. 그 사연 속에는 현재 우리네 대중들이 생각하는 부동산에 대한 애증이 깔려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누구나 안고 살아가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현실과, 그래서 이를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이들에 의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또 안전을 담보해야할 집이 그렇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

이야기 구조는 <전설의 고향>의 원귀 풀어주는 원님 형식을 가져왔다. 한이 맺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그 곳에 출몰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원귀 때문에 의뢰인들이 대박부동산을 찾고 퇴마사인 홍지아(장나라)와 영매 오인범(정용화)이 힘을 합쳐 원귀를 저승으로 보내는 이야기다. 영매의 몸으로 원귀가 들어가면 그 원귀의 이름을 써 넣은 비수로 홍지아가 오인범의 가슴을 찌르는 것. 그러면 원귀가 저승으로 떠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원귀가 빙의된 오인범은 그 귀신이 겪었던 일들의 진상을 알게 된다.

투박한 구조의 이야기 형식이지만, 의외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하나하나 담겨진 일화들이 어디선가 들었던 부동산 관련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무게감이 드라마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 구조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를 닮았다. <모범택시>가 공분을 일으켰던 현실의 사건들을 드라마로 가져와 ‘사적 복수 대행’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처럼, <대박부동산> 역시 현실의 부동산 관련 분쟁이나 사안들을 드라마로 가져와 한바탕 퇴마의식으로 그 한을 풀어내고 있어서다.

언제부턴가 드라마에서 부동산이나 재개발 같은 소재들은 부정적인 범죄의 뉘앙스를 갖게 되었다. JTBC <괴물>이 어느 시골마을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었고, tvN <빈센조> 역시 금가프라자의 재개발을 두고 벌어진 건설사와 입주민 간의 대립을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대박부동산>은 아예 그 부동산에 대한 대중들의 애증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는 중이다. 부동산이 얼마나 우리네 대중들에게 애증의 대상이 됐는가를 말해주는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부동산 과열 양상과 LH사태가 드러내듯이.

장나라는 역시 베테랑 연기자다. 투박해 보이는 드라마에도 제대로 각을 세우는 연기를 보여준다. 과거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상처를 갖고 있고 그 비밀이 동료인 오인범과 연관되어 있어 겉으론 차가워 보이면서도 속으론 따뜻한 면을 가진 홍지아라는 인물을 그는 때론 절제하고 때론 감정을 드러내면서 잘 그려내고 있다. 홍지아와 오인범 그리고 대박부동산의 사무장(강말금)이 얽힌 과거의 어떤 사건에는 어떤 부동산과 관련된 아픈 사연이 담겨 있을까. 재개발을 하려는 도학건설이 저질렀을 그 범죄가 무엇이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 진상을 통해 홍지아와 오인범이 과거사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을 지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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