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완성도로는 ‘믿보배’ 김명민도 장나라도 힘들다
새로 시작한 ‘로스쿨’과 ‘대박부동산’의 재미와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새로운 드라마가 동시에 시작하면 어떤 드라마가 기선을 잡을지 관건이 된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한 수목드라마 JTBC <로스쿨>KBS <대박부동산>은 어느 쪽이 기선을 잡았을까. 일단은 <대박부동산>쪽으로 기우는 중이다. 시청률도 그 추이를 보여준다. <대박부동산>5.3%(닐슨 코리아)로 시작해 5.6%로 소폭 상승한 반면, <로스쿨>5.1로 시작해 4.1%로 떨어졌다.

시청률 추이가 말해주는 건, 방영 전 기대감과 방영 후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는 점이다. <로스쿨>의 방영 전 기대감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배우 김명민과 재작년 <눈이 부시게>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던 김석윤 감독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나왔다. 이 작품을 쓴 서인 작가는 SBS <이판사판>을 썼던 작가로 법 관련 소재의 작품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런 기대감을 <로스쿨>은 어느 정도 만족시켜줬을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로스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통해 학생들과 교수가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이는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양한 법조문들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며 사건의 쟁점들로 각을 세우는 로스쿨의 모의법정과 실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연결되는 대목은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왜 그 복잡한 법리 싸움의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동인을 아직까지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라는 이 드라마의 슬로건은 생각만큼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문구는 아니다. 어디 법이 제대로 기능해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현실이던가. 아마도 그래서 그런 슬로건을 세운 것이겠지만, 법으로 진실과 정의를 세우려면 법정에서 법리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치열하게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그 목소리들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건이 대부분 로스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고, 인물의 대사(그것도 법 이야기로 채워진)로만 굴러가는 건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한계를 드리운다. 그래도 오랜만에 김명민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여전히 남은 신뢰의 이유지만, 이런 흐름으로는 김명민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박부동산>은 어떨까. 일단 퇴마사와 부동산을 연결시킨 부분은 참신하다. 요즘처럼 집이 애증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집에 얽힌 사연들과 그 사연을 한처럼 품고 저세상으로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퇴마사를 통해 들어주고 풀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귀신이 등장하는 CG가 필요하고, 퇴마사 홍지아 역할을 하는 장나라의 액션이 나온다. 여기에 사기꾼 캐릭터인 오인범(정용화)의 코미디가 더해져 드라마는 자못 복합장르의 성격을 띤다. 공포, 코미디, 액션 그리고 사회극의 요소들이 버무려진.

하지만 <대박부동산>은 참신한 기획에 비해 완성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제작비 때문인건지 아니면 B급 코드를 일부러 활용하려 한 것인지 세트에서부터 액션, CG 등등 코미디 장르에 어울릴 법한 낮은 완성도를 보인다. 이야기도 기획과 설정에 비해서는 클리셰가 많은 편이다. 마치 <전설의 고향>의 귀신 한 풀어주는 이야기를 현대 버전으로 바꾼 후, 그것을 부동산과 연결시킨 느낌이다. 나름 보다보면 보게 되지만, 꼭 찾아서 봐야할 정도로 끄는 매력은 부족하다. 이 작품 역시 장나라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이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지만, 초반의 흐름대로 계속 몇 회가 진행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 시작한 <로스쿨>이나 <대박부동산>의 초반은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믿고 보는 배우들인 김명민과 장나라가 시청자들의 멱살을 쥐고 끌고 가곤 있지만, 이대로 계속 흘러간다면 제아무리 이들이라도 어려워 보인다. 워낙 채널과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많아져 볼 것도 많아진 세상이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한정 없이 높아졌다. 보다 확실한 볼거리와 재미 그리고 색다른 이야기, 메시지가 아니면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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