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부동산’ 예상대로 잘하는 장나라, 의외의 연기력 정용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은 지상파 드라마의 영리한 변신의 예로 들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같은 수목에 방영되는 MBC <오! 주인님>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로맨틱코미디가 얼마나 지지부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대박부동산>은 종편이나 케이블, 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방영되는 오컬트 장르물 드라마를 필터링한 것 같은 작품이다. 잔인함을 줄이고, 무거움도 덜어냈다. 잔인함 대신 집을 떠나지 못하는 각종 원귀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또한 괜히 무게만 잡는 장르적 고집을 꺾고, 단순하고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대박부동산>은 특유의 무속 오컬트적인 분위기로 웹툰 소재의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실패한 드라마들과 달리 웹툰 트렌드의 느낌만을 적절하게 살려낸 작품이다. 그렇기에 웹툰 원작과 드라마가 충돌하는 지점 없이, 드라마의 자연스러운 전개 속에서 무속 오컬트의 매력을 적절하게 녹여냈다.

<대박부동산>은 이처럼 지상파의 한계 내에서 흥미를 주는 계산된 장르물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누구나 부담없이 채널을 맞춰놓고 볼 수 있는 지상파에 어울리는 편안한 장르물로 태어난 것이다.

물론 그렇기에 <대박부동산>은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다. 대단한 개성이 있거나 대작처럼 느껴지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박부동산>은 매번 사연마다 휴머니즘적인 눈물코드를 집어넣고 그것들을 제법 성공적으로 이끌어 간다.

당연히 이런 경우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해진다. 특전사에 밀리지 않는 무술실력의 퇴마사 홍지아(장나라)는 언뜻 보기에 굉장히 터프하고 냉철하며 강한 캐릭터로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의 특성상 매회 에피소드의 후반부에 감성 충만한 포인트를 찍어줄 연기력도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배우 장나라는 주인공으로 굉장히 적절한 선택이다.

만능엔터테이너지만 현재 기준의 장나라는 스타성에 기댄 배우는 아니다. 이미 다수의 로맨틱코미디나 SBS 드라마 <VIP> 등을 통해 이야기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인물의 여러 감정선을 공감이 가게 소화해내는 믿을 만한 주연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박부동산>을 통해 장나라는 장르물에서도 그녀의 연기가 통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대박부동산>에서 의외의 배우는 바로 정용화다. 씨앤블루의 리드보컬 정용화는 홍지아의 파트너이자 전직 사기꾼 오인범을 연기한다. 정용화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일찌감치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팬덤이 아닌 대중들에게는 예능에서 <순풍산부인과> 박영규를 성대모사하던 모습이 더 인상적인 스타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박부동산>에서 정용화는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거나 식상할 수 있는 오인범 캐릭터에 활기와 따스함을 불어넣는다. 홍지아 못지않게 파트너 오인범도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 까부는 사기꾼에서부터 원귀가 들어왔을 때의 변화, 그리고 어린 시절 삼촌과 얽힌 비극적 가족사를 품은 무거운 얼굴까지 모두 존재한다. 또한 평소 냉혈한의 성격을 유지하는 홍지아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은은한 파트너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정용화는 아이돌 출신 남자 배우들의 딱딱하거나 ‘연기해요’식의 어색한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오인범의 성격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자칫 젊은 배우들의 생활연기가 범하기 쉬운 이도 저도 아닌 ‘병맛’ 연기의 늪도 피해간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감정 연기를 어떻게 소화해 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믹, 위기, 일상의 상황에 맞춰 상대 배우와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 텐션의 느낌도 굉장히 좋다.

상대적으로 장나라의 홍지아가 감정 표현이 자제된 캐릭터여서, 정용화의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는 <대박부동산>에서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들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다. 심지어 극 중반에 이를 때까지 대놓고 로맨스는 없더라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홍지아, 오인범 사이의 점점 따스해지는 기류에 은은한 핑크빛까지 도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