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내게 반했어', 반할 수 없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정용화는 반짝반짝 빛났다. 서현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미남이시네요'에서도 정용화의 존재감은 좋았다. 대사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더 신비감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넌 내게 반했어'에서의 정용화는 다르다. 매력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먼저 가장 큰 것은 아직까지 정용화가 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잘 생기고 분위기 있는 외모는 분명 정용화의 장점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인물은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서 있어도 빛난다. 하지만 정작 중심에 들어오려면 상응하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김현중이 '꽃보다 남자'의 주변인물로서 주목받다가 '장난스런 키스'의 주연으로 오면서 매력이 떨어진 것은 그 중심에 선 만큼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용화는 일단 대사를 하는 발음이 정확하지가 않다. 아직까지 속으로 웅얼거리는 느낌이 강하고 그러다보니 대사 전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표정 연기도 다양하지 못하다.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시크한 얼굴은 이신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박제화 시킨 느낌이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신이라는 캐릭터는 시크한 얼굴에서 어수룩함과 코믹함까지 오갈 때 오히려 더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현실적인 스토리를 그리기보다는 '청춘'이라는 지점을 마치 한 편의 순정만화처럼 그리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만화 같은 스토리에서 캐릭터가 살아나려면 캐릭터 자체도 좋아야 하지만 그걸 연기하는 연기력이 탄탄해야 한다. 연기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가벼운 느낌의 만화 속 캐릭터는 더 현실감 없이 공중에 붕 떠버릴 수 있다. 현재 '넌 내게 반했어'가 그렇다. 이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가벼운 터치로 풋풋한 청춘들을 그려가고 있지만, 그것은 풋내 나는 연기로는 어려운 일이다.

장근석은 정용화의 비교점이다. 장근석은 '미남이시네요'에서도 그 중심을 이끌어갈 만큼 충분한 연기력을 갖고 있었다. 아이돌을 다루는 드라마였지만 그 주인공이 아이돌 출신이 아닌 배우였다는 점은 우리가 갖고 있는 막연한 아이돌에 대한 환상을 깨준다. 마치 아이돌 세상인 것처럼 아이돌만 내세우면 한류 대열에 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아이돌이 주연으로 선 드라마로 성공한 것이 드문 것은 결국 연기력 부재 탓이다.

장근석이 출연했던 '매리는 외박중'은 더더욱 만화 같은 작품이었지만, 장근석은 그 속에서도 안정감을 주었다. 때론 코믹하고 때론 귀엽고 때론 절박한 그 모습이 드라마 속의 청춘들을 공감가게 했다. 물론 문근영 같은 연기자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드라마는 연기가 중심이다. 외모나 인기만으로는 쉽지 않다.

정용화가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넌 내게 반했어'의 맹점이다.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하는데다, 스토리는 만화적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만화 같은' 느낌을 만들고 있다. 개연성을 못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정윤수(소이현)는 너무 가련한 틀 속에 갇혀있고, 한희주(김윤혜)는 너무 전형적이다. 여준희(강민혁)는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정작 드라마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도드라진 모습은 오히려 드라마를 더더욱 가볍게 만들고 있다.

일단 스토리에서 있어서도 개연성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넌 내게 반했어'는, 먼저 캐릭터들을 분명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과장된 만화 톤이라고 해도 캐릭터가 수긍가고 공감이 간다면 대중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가 공감가지 않은 상태에서, 오디션 과정에 다른 사람이 난입하고, 다른 사람의 연주에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식의 스토리와 연출은 드라마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할 뿐이다.

드라마는 기획상품이 아니다. 최근 생겨난 새로운 한류의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을 세우고 적당한 청춘 스토리를 집어넣어 시류에 영합하려는 자세로는 결코 성공적인 드라마가 나오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넌 내게 반했어'는 지금이라도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연기에 있어서 좀 더 집중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 "반했다"고 하기 전에 대중들을 반하게 하는 면모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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