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법꾸라지 어른과 맞서는 순수한 로스쿨생들에 담긴 메시지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법이 문제인가 아니면 법을 이용하는 이들이 문제인가.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이 그려냈던 모든 사건들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고형수(정원중) 의원으로 모아졌다. 한국대 로스쿨생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사건들 하나씩은 모두 고형수 의원과 연결된 것이었다.

한준휘(김범)는 믿고 따랐던 삼촌 서병주(안내상) 교수의 죽음이 고형수 의원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 그가 뺑소니를 저질렀던 건 함께 동승하고 있던 고형수 의원 때문이었다. 피해자에게 다시 차를 돌려 가려는 서병주를 고형수가 막았던 것. 결국 이 사건은 서병주가 내내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갖게 만들었고, 죄를 털어놓으려 하자 고형수가 이를 막기 위해 그를 죽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강솔A(류혜영)는 자신의 언니인 강단이 고형수 의원의 선거캠프에 함께 있었고, 어떤 비리를 폭로하려다 결국 해외로 도피하게 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서지호(이다윗)는 잘 나가던 장난감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피소되고 그 피의사실(장난감에 유독성분이 들어있다는)이 공표되면서 회사가 망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공표하게 만든 장본인이 고형수였다. 아버지 회사의 경쟁사 대표와 나란히 찍은 고형수의 사진을 본 서지호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전예슬(고윤정)은 고형수 의원의 아들 고영창(이휘종)에게 지속적인 데이트 폭력을 당했고, 심지어 불법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협박까지 받았다. 고형수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예슬을 중상해죄로 기소했고, 결국 이 공판 과정에서 갖가지 2차 피해를 안기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대 로스쿨생들은 저마다 고형수 의원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었고, 그래서 이 사실을 낱낱이 폭로하는 방송을 찍어 SNS에 올렸지만, 고형수는 불법적인 댓글부대를 동원해 오히려 로스쿨생들을 공격하는 글들을 올렸다. 물론 로스쿨생들과 양종훈(김명민) 교수 그리고 김은숙(이정은) 교수는 서로 공조해 댓글부대들을 일망타진하고 고형수 의원을 궁지로 모는 데 성공했다.

이제 막바지에 도달한 <로스쿨>은 그 이야기의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로스쿨생들이 고형수 의원이라는 사회악의 근원인 법꾸라지 정치인과 대적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에는 물론 로스쿨생들을 돕는 진정한 스승들이 양종훈과 김은숙 교수가 합류한다. 이 대결구도가 말해주는 건 뭘까.

그건 우리 사회의 정의의 문제가 법 조항보다는(물론 잘못된 법 조항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법을 잘 알고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권력자들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법을 이제 배우려 하는 로스쿨생들의 그 순수한 열정과, 법을 너무나 잘 알아 권력을 위해 이용해먹으려는 노회한 정치인은 그래서 너무나 선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양종훈이나 김은숙 같은 이들도 하나의 이상적인 어른상으로 이 드라마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심지어 불리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도 법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진실’과 ‘사법’의 과정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로스쿨생들의 그 순수한 열정을 지켜내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현실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 또한 옆에서 지켜봐준다.

<로스쿨>은 사실 드라마 초반에 법을 다루는 법정드라마가 어째서 굳이 로스쿨이라는 학교를 끌고 왔는가가 의아하게 느껴졌던 면이 있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이제 막바지에 이르게 되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건 법을 배우고, 그 길을 걸어가려 하는 이들이 왜 그 길을 선택했고 그걸 지켜내고 있는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담기 위해서다. 고형수 의원 같은 법꾸라지 어른과 맞서는 로스쿨생들의 열정이 그 자체로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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