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젊은 배우들 맹활약에 JTBC 웃는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드라마 <로스쿨>에서 배우 김명민이 검사 출신 형법 교수 양종훈으로 등장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은 선명했다. MBC <하얀 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거치면서 김명민은 김명민 특유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교육자 상을 만들어놓은 배우였다. 읊조리듯 씹어 먹는 말투에서 갑자기 폐부를 찌르는 강렬한 말투와 표현. 눈을 부라릴 듯 부라리지 않으면서 냉소적으로 돌아서는 모습.

김명민 스타일 스승은 조금 식상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하나만은 보장한다. 그의 연기 텐션이 가장 높아지는 캐릭터가 이런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로스쿨>은 김명민을 양종훈으로 내세우면서 충분히 그 재미에 대한 기대에 보답한다. <로스쿨>에서 양종훈은 형법 교수인 동시에 억울한 살인용의자로 재판에 서면서 검찰과도 법리적으로 머리싸움을 하는 캐릭터다. 김명민의 연기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법리적인 대사들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드라마적 흥분과 쾌감을 자아내는 그의 딕션은 뭔가 드라마계의 판소리 장인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그런데 예상 못한 지점도 있다. 김명민과 아이들이 될 것 같던 <로스쿨>에서 로스쿨 학생으로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의 호연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것이다.

<로스쿨>은 <하이킥>이 배출한 스타 김범과 <응답하라 1988>의 류혜영이 각각 한국대학교 로스쿨 학생 한준휘와 강솔A로 등장한다. 김범과 류혜영은 과거 그들의 화제성에 기대지 않은 신선한 연기로 이 드라마의 본인 몫을 확실하게 챙긴다. 김범은 비열하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장착했고, 류혜영은 오지랖 넓고 정의로운 강솔A가 보여주는 오버하지 않는 오버센스를 적절하게 끌어낸다. 또한 김범의 한준휘는 삼촌 서병주의 죽음과 류혜영의 강솔은 쌍둥이 강단의 실종 미스터리와 연관이 있다. 각각 풀어갈 사건이 있어 이 캐릭터들은 더욱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런 존재감은 비단 이름이 알려진 김범과 류혜영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로스쿨의 아이들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또한 풀어갈 사건들이 있다. 천재 법학소녀 강솔B(이수경)는 논문 표절이 도마에 올랐다. 서지호(이다윗)는 검사 진형우(박혁권)가 피의사실을 흘려 사업가인 아버지가 자살에 이르렀다. 서지호가 법률가가 되려는 이유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전예슬(고윤정)은 남자친구의 가스라이팅과 데이트폭력 피해자다. 유승재(현우)는 엘리트 강박과 현실적인 압박에 시달리면서 해킹으로 시험문제에 손을 대고 자책한다. <로스쿨>의 젊은 배우들은 본인들의 사건 하나를 짊어진 드라마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낸다.

한편 <로스쿨>은 양종훈과 로스쿨 학생들이 본인의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를 쥐고 있다. 그 문제를 법률적인 머리싸움으로 서로 부딪치고 화합해서 해결해가면서 흥미진진한 반전을 이어간다. 그 결과 열혈 시청자들은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면 로스쿨의 젊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모두 애정하게 된다. 개인의 트라우마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똑똑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덕질’을 부르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로스쿨>의 방식이 한국 법조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하지만 꼭 현실고증의 지루한 방식을 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일반인이 생각하는 법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흥미로운 추리소설 플롯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롭다. 가끔 새로운 사건 에피소드의 등장이 작위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리모컨을 돌려버릴 정도는 아니다. 여기에 피의사실 공표죄나 데이트 폭력 같은 현실의 사안들을 이야기 안에 적절하게 녹여내는 감각이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은 초반의 유치한 상황들만 넘어서면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달릴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더구나 억지스러운 언론인 휴머니즘 신파냄새를 풍겼던 <허쉬>를 포함, 뜬금없이 궤도를 이탈하며 교훈적인 설교를 나열해 실패한 JTBC의 몇몇 드라마들과도 결을 달리한다. <로스쿨>은 명쾌한 반전 이야기와 캐릭터로 승부수를 던지면서, 적재적소에 현실적인 메시지를 첨언한다. 메시지와 감성을 위해 이야기가 곁다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안에 메시지와 감성이 녹아들어 있을 때 드라마는 성공의 길을 간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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