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믿보배와 신진의 협업이 만든 법정드라마의 진화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렇게 많은 연기자들이 저마다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던 드라마가 있었던가.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은 김명민, 이정은, 안내상, 박혁권, 오만석, 정원중, 조재룡 같은 믿고 보는 배우들은 물론이고, 김범, 류혜영, 이수경, 이다윗, 고윤정, 현우 등등 젊은 신진 배우들이 모두 빈틈없이 존재감을 채워준 드라마였다. 기성배우들과 신진배우들의 기막힌 협업이라고나 할까.

이게 가능했던 건 <로스쿨>이라는 색다른 법정드라마의 이야기 구조 덕분이었다. 기존의 법정드라마들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애끓는 사연들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법 정의의 과정을 변호사나 검사 혹은 판사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로스쿨>은 제목에 담겨 있듯이, 법을 공부하는 로스쿨 학생들과 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공조해가며 실제 사건의 법 정의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직 미숙하지만 법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로스쿨 학생들의 존재는, 법 정의의 현실에서 그걸 적용하고 실현해가는 이들의 편법이나 부정과 전면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그 최강 빌런으로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고형수(정원중) 의원이 있었고, 이들과 사건으로 얽힌 학생들이 있었으며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양종훈(김명민) 교수와 김은숙(이정은) 교수가 있었다. 양종훈과 김은숙은 현실의 냉혹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생들의 그 순수한 열정을 지켜내려는 인물들로서 <로스쿨>이라는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를 대변하는 인물들이었다.

“법은 불안정한 정의다.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해야 한다. 법을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정의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법은 가장 잔인한 폭력이니까.” 드라마 엔딩과 함께 흘러나오는 양종훈 교수의 이 내레이션이 바로 그 메시지다. 법은 그 자체로 정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정의롭게 하려는 이들에 의해 비로소 정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법 정의가 중요한 건 그 정의롭지 않은 법이 그 어떤 폭력보다 잔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로스쿨>은 이 메시지를 위해 한국대학 로스쿨의 모의법정에서 벌어진 서병주(안내상) 교수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강솔B(이수경)의 논문 표절 사건, 서지호(이다윗)가 아버지의 자살 원인으로 찾아낸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 유승재(현우)의 해킹 시험지 유출 사건, 전예슬(고윤정)의 데이트 폭력 사건 등등을 차례로 담아냈다. 흥미로운 건 이 다양한 사건 케이스들이 고형수 의원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양종훈 교수는 그 점들을 잘 이용해 법꾸라지로 법망을 빠져나가던 그를 옭아매 법정에 세운다.

<로스쿨>은 그래서 법정드라마가 다루던 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다룬 면이 있다. 초반에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법 공부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진입장벽이 존재했지만, 차츰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그 법에 얽힌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그 각각의 사건들에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 연기자들의 공이다. 특히 로스쿨생으로 출연한 신진연기자들의 활약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결코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드라마는 그 진입장벽을 넘는 순간 더 강렬한 몰입도를 가져왔다. 후반부에 고형수 의원을 궁지로 몰아넣는 양종훈 교수와 김은숙 교수 그리고 강솔A(류혜영)와 그의 쌍둥이 강단(류혜영)의 공조는 그래서 드라마의 절정을 이끌어내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무수히 많은 법정드라마들이 등장했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로스쿨이라는 색다른 지점으로 이야기를 건넨 <로스쿨>은 그래서 법정드라마라는 장르의 새로운 진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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