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표 드라마가 JTBC에서 3년 연속 안타를 친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는 호불호를 타는 ‘병맛’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어느덧 시청률 1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힙하게>는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김석윤 PD와 이남규 작가가 2019년 JTBC <눈이 부시게> 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알다시피 김석윤 PD는 시트콤적인 소박한 구조 안에 휴머니즘과 적절한 유머, 극적인 전개를 잘 배합하는 능력자다. 그는 억지로 웃기지 않는다. 다만 황당하게 웃길 따름이다. 그런데 그 황당함을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힘이 있다. 황당한데 이야기의 흐름은 깨지지 않아 오히려 더 황당하다. 여기에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로 스크린까지 그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김석윤 PD는 JTBC로 이적한 후에는 뭔가 JTBC의 구원투수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3년간 연출해 온 드라마는 2021년 <로스쿨>, 2022년 <나의 해방일지>, 2023년 <힙하게>다. 2021년, 2022년은 JTBC 드라마가 한참 고전하던 시기였지만 올해 JTBC는 타율이 좋다. 이 시기를 지나오며 김석윤은 법정물, 힐링물, 병맛코미디물 등 각기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홈런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안타는 날려주었다.

2021년에 방영된 <로스쿨>은 큰 흥행작은 아니었다. 그래도 1%~3%를 오가던 JTBC 드라마들 중에서는 꽤 선방했다. <로스쿨>은 형법교수 양종훈(김명민)과 로스쿨 학생들의 갈등과 연합이 반복되며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런데 <로스쿨>은 <올드미스 다이어리>나 <청담동 살아요> 같은 시트콤의 재질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법정물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전형적인 김석윤 재질은 아니지만, 그가 성격이 다른 드라마 역시 말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마름질한다는 점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그렇다고 김석윤 PD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로스쿨> 안에서도 주인공 양종훈 못지않게 수많은 주조연을 돋보이게 만드는 힘을 발했다.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을 드러내야 하는 시트콤으로 단련된 솜씨였다. 그렇기에 <로스쿨>은 원톱 배우 김명민의 원맨쇼가 펼쳐지면서도 젊은 로스쿨 학생들의 캐릭터까지 모두 담아내는 데 성공한 드라마였다.

반면 2022년 JTBC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률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화제성만은 대단했던 드라마였다.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는 염씨 삼남매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그려내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tvN <나의 아저씨>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낸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박해영 작가와 김석윤 PD는 이미 시트콤에서 호흡을 맞춘 파트너였다. 그런데 시트콤이 아닌 힐링물에서도 두 사람은 확실히 독특한 케미를 보여주었다.

언뜻 지루하게 느껴질 이 이야기는 포커스 있는 장면들로 시청자를 훅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주었다. 염미정(김지원)의 “나를 추앙해요”와 그 목소리가 반복되는 장면, 구씨(손석구)가 염미정의 모자를 가져다주려 높이뛰기로 날아가는 장면들이 그랬다. 뭔가 일상을 다루지만 특별한 일이 뜬금없이 일어나는 환상소설처럼 ‘나의 해방일지’는 특유의 나른함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도 시청자의 마음에 훅 들어오던 드라마였다.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설강화’가 절망화가 되면서 암흑기의 정점을 찍은 JTBC 드라마를 다시 대중들에게 호의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3년의 <힙하게>는 김석윤 PD와 이남규 작가가 맘먹고 만든 듯한 병맛 코미디물이다. 이 드라마는 김석윤 시트콤의 요소들을 갈아 넣은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김승옥 소설가의 <무진기행>의 배경지이기도 한 가상의 지역 무진은 <힙하게>에서는 웃기면서도 괴이한 마을로 등장한다. 여기에 주인공 봉예분(한지민)이나 형사 문장열(이민기)은 딱 시트콤의 남녀커플 같은 분위기다.

주인공 외에도 봉혜분의 이모 정현옥(박성연), 문장열이 근무하는 무진경찰서 형사들, 맥아더 신이 내린 박수 박종배(박혁권).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이자 축산업자 전광식(박노식)까지 조연들 각각이 신이 내린 코믹캐릭터라는 점도 그렇다. 수많은 패러디와 황당한 장면들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소 타고 달리는 봉예분이나 두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의 개다리춤과 엉덩이춤 대결, 봉예분 친구 배옥희(주민경)의 눈에만 보이는 오징어얼굴 문장열 등. 황당하게 웃긴 장면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힙하게>는 사이코메트리와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대결구도로 가는 스릴러물이기도 하다. 시트콤과 스릴러물의 결합이 가능해? 이 황당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힙하게>는 그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16부작보다는 12부작 안팎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웃기면서 이렇게 궁금하고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정감가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또다른 작가와 함께 할 <힙하게>와는 다른 다음의 김석윤 유니버스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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