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엉덩이 논란보다 훨씬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감상에 앞서서,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에 대한 논란을 안다. 방영 전부터 주인공인 봉예분(한지민)의 사이코메트리(초능력)가 사실상 성추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당연히 엉덩이를 만져야 초능력이 생기고 심지어 더 많이 만지고 움켜줘야 더욱 많이,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설정을 귀엽고 엉뚱하게 그리는 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극중에서도 범죄로 간주되는 만큼 이 정도 설정은 극적허용이 되는 세상이길 바란다. 물론, 일면 아쉬움은 있다. 남자 주인공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다는 설정을 ‘사랑스럽고 귀엽고 코믹하게’ 그릴 생각은 못 했을 테니 말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한지민(봉예분 역)이 타인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 그 초능력의 반대급부가 탈모라는 설정 모두 귀엽고 밝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아쉬움은 여기에 있다. 대중문화와 방송콘텐츠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한창 목청 높여 찾을 시절에도 여러 관찰예능이나 특수부대 콘텐츠에서 남성 출연자들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줄줄이 벗겼지만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최근 환호를 받은 BL물도 마찬가지다. BL물의 명확한 타깃을 고려했을 때 그 타깃과 설정의 성별을 반전시켜 놓았을 때 일어날 불편감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진영의 논리에 던질 장작 한 개로 삼기엔, <힙하게>는 아쉽다. 그보다는 한국 드라마 사상 완성도 면에서나 장르적 신선함,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최고의 드라마 중 한 편이라 꼽힐 만한 JTBC <눈이 부시게>의 감독과 작가, 주연 배우가 4년 만에 다시 만난 대목을 주목해보는 편이 더 가치가 있다. 감독의 전작인 <나의 해방일지>에서 확고한 캐릭터를 갖춘 연기를 보여준 이민기가 합류한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해방일지>를 비롯해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코미디 소재로 노골적으로 가져오는 등 코믹한 설정과 한지민과 이민기의 본격 코미디 연기, 김희원, 박성영, 주민권, 박혁권, 정이랑 등 개성 강한 조연진의 활약, 카메오로 등장하는 개그맨 김용명, 충정도 사투리 웃음 코드 등 웃음을 만드는 데 진심이다.

<힙하게>는 범죄 없는 조용한 농촌 무진에서 우연한 사건으로 과거를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게 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과 서울 광수대에서 좌천된 열렬형사 문장열(이민기)의 얽히고 꼬인 만남과 4회부터 본격적인 연대가 이뤄지면서 본 궤도에 오르는 이야기를 다룬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자신의 존재감으로 극을 ‘캐리’함에도 시골에 사는 털털하고 짝사랑에 빠지는 여자 1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서울에서 내려온 까칠한 이방인이지만 물리적 능력과 신념을 가진 외골수 남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힘을 합치는 이야기, 약간의 삼각관계와 코믹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가진 개성 강한 조연 집단까지 어딘가 좀 의도적일 정도의 클리셰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제작진은 4년 전에도 가벼운 코미디인 줄 알고 봤다가 깊은 울림으로 충격을 강하게 준 전례가 있다. 발랄한 웃음코드의 타임슬립 로맨틱 코미디에서 출발해 유려한 장르적 변주를 통해 순간의 소중함, 노인이 바라보는 세상이란 시선을 담은 휴먼 드라마로 변환하는 경험을 선사했었다. 의도적이라 보는 이유다. 이번에는 보다 가볍고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무대 위에 사이코메트리라는 판타지 소재, 수사물, 범죄물의 스릴러의 장르적 요소를 혼합했다.

특히 극의 뼈대가 미스터리한 수사물 혹은 범죄물인데 긴장을 고조하다 허무하게 만드는 일종의 가짜 스릴러로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괜히 눈길을 끈다. 4회까지 진행된 현재, 서로 연대하기 시작한 두 주인공이 큰 사건에 접근하게 되는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똑같은 코믹 판타지로 시작했지만, 제작진은 이번에 어떤 식의 변주를 통해 반전의 재미와 메시지를 담아낼지가 지켜볼 포인트다.

품을 기대도 크지만, 당장 즐길 코믹한 볼거리도 많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한지민에 의한 드라마다. 배우 한지민의 매력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극에 몰입감을 더 한다. 코미디 연기 연출 덕에 마음 놓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맛깔나게 발산한다. 플래시백을 통해 고등학생부터 35살 수의사인 현재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변태로 오인 받아 땅에 매다 꽂히고, 산소통 대신 용접통을 메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 짝사랑에 빠진 표정 등 엉뚱 발랄한 코믹 연기를 중심으로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타인의 엉덩이를 만져야만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손이 어떤 계기를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통으로 이어지게 될 것인가. 다소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도 코미디를 활용해 편하게 전달하는데 능통한 제작진이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코미디를 즐기되 이젠 속지 않는다. <힙하게> 제작진에 대한 기대, 한없이 사랑스런 배우들의 활약과 매력은 점점 미스터리에 빠져드는 이야기와 점점 높아지는 웃음 강도에 발맞춰 커져가며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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