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성추행 오해 받을 한지민의 초능력이 말해주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엉덩이를 만지면 그 사람의 과거가 보인다?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의 봉예분(한지민)이 유성이 떨어지던 어느 날 갑자기 갖게 된 초능력은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실제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 설정에 대해 ‘성추행’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힙하게>의 초반 2회를 봤다면, 이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봉예분은 성추행의 의도 자체가 없고, 그저 그런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을 뿐이며, 그가 이를 실현(?)했을 때 이 촌구석 무진으로 오게 된 강력계 형사 문장열(이민기)은 그를 “변태”라며 업어치기를 해버린다. 즉 그런 행위가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걸 드라마는 단단히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궁금해지는 건 왜 하필이면 엉덩이를 만져야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을 굳이 가져온 것일까 하는 점이다. <힙하게>라는 제목을 뒤틀어 생각해낸 상상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꺼내놓으려는 다소 진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뒤로 슬쩍 밀어내고 전면에 코미디적 설정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즉 <힙하게>가 예분이라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게 된 인물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픈 이야기는 ‘소통’에 대한 것이다. 타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알아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 그 마음을 진정으로 읽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예분은 그걸 초능력을 통해 갖게 됐다. 미남 앞에서 푼수처럼 되어버리고, 능력을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욕망 또한 갖고 있는 이 인물은 과연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까.

동물병원 수의사인 예분이 이 능력의 가치를 알게 되는 첫 번째 사건은 밥도 물도 먹지 않는 노견이 걱정되어 병원을 찾은 한 할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목이다. 개의 엉덩이를 만져 그가 겪은 과거를 본 예분은, 노견이 밥도 물도 먹지 않은 이유가 자신을 위해 고생하시는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덕구가 할아버지한테 미안한 게 많았나봐요. 자기 때문에 힘들게 일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했나 봐요. 할아버지 드실 밥도 없는데 자기가 뺏어 먹는 것 같아서 미안했고요. 자기가 늙어서 똥오줌도 못 가리는 데 그것도 치우시게 해서 미안했대요. 자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자꾸 아프신 거 같아서 미안했나봐요.”

예분은 이 능력을 통해 덕구의 마음을 할아버지에게 전해준다. 물론 할아버지가 덕구에 대해 가진 마음 또한 읽어낸다. 이것은 <힙하게>가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을 굳이 소재로 가져온 이유일 게다. 하지만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이 서사를 <힙하게>는 ‘엉덩이를 만져야 생기는 초능력’이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을 통해 조금은 무게를 덜어내려 한다.

이처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코미디 설정으로 가볍게 포장해내는 건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작가의 전작이었던 <눈이 부시게>에서도 두드러졌던 방식이다. 시간을 되돌려 젊은 나이로 돌아간다는 판타지의 외피를 씌워 시작은 코미디로 하지만, 그것이 결국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의 이야기라는 진중한 스토리로 이어졌던 <눈이 부시게>가 아닌가. <힙하게>는 거의 시트콤에 가까운 코미디로 문을 열고 있지만, 결국 이 초능력의 진정한 힘이 엉덩이를 만진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나 혹은 이를 통해 과거를 읽는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소통한다는 데 있다는 걸 그려낼 참이다.

범죄가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촌구석에서 혁혁한 실적을 거둬 광수대로 복귀하려는 문장열 형사가 결국 예분의 이 능력을 백분 활용해 두 사람이 콤비를 이뤄갈 앞으로의 이야기 역시 좌충우돌 코미디가 바탕이지만, 그 목표지점은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을까. 광수대에서 그가 이 한지로 밀려나게 된 건 ‘결정적 용의자를 믿어버린 한 번의 실수’ 때문이란다. 결국 누군가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는(그래서 예분을 변태로 몰아 업어치기부터 하는) 그는 과연 예분과 사건을 함께 풀어가며 그와의 진정한 소통에 이를 수 있을까.

범죄가 없어 양파가 살해된(?) 현장에 문장열이 투입되는 그런 동네처럼 보이지만, <힙하게>는 그 시작점에 예분의 엄마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으로 문을 열었다. 또 우연히 섬에서 만난 후배의 엉덩이를 우연히 만졌을 때 그가 한 여자를 감금하고 폭행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처럼, 이 마을에는 범죄가 없는 게 아니라 어쩌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겉으로 보면 알 수 없는 진짜가 있기 마련이다. 그 뒤에 있는 건 진심일 수도 또는 진실일 수도 있다. 예분의 초능력이 엉덩이를 만져야 발현된다는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발상이 먼저 눈에 보이지만, 그 뒤에 존재하는 이 드라마가 진짜 하려는 이야기를 볼 필요가 있다. 그 진심과 진실은 때론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때론 우릴 감동시킬 수도 있을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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