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소년단’에서 느껴지는 ‘슬감생’의 온기, 그 정체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정보훈 작가가 SBS <라켓소년단>으로 돌아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3년만이다. 이번엔 감방 대신 땅끝마을 해남 농촌이고, 야구 대신 배드민턴이다. 잘 나가던 프로야구 선수 제혁(박해수)이 하루아침에 감방에 가게 됐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도입처럼, <라켓소년단>의 해강(탕준상)은 도시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다 돈이 없어 땅끝마을로 내려오게 됐다. 과연 해강은 이 땅끝마을에서 어떤 슬기로운 선택으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안겨줄까.

<라켓소년단> 첫 회는 정보훈 작가 특유의 병맛에 가까운 코미디와 이를 통해 소개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의 재미로 시청자들을 인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아버지 윤현종(김상경)과 티격태격하면서도 그 현실적인 가장의 무게를 잘 알고 처신하는 해강은 속 깊은 소년이다. 땅끝마을에서 만난 이웃 오매할머니(차미경)가 한글을 못 읽고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걸 알고는 그분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도움을 주는 모습에서 그의 성정이 드러난다.

아버지가 맡게 된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에 대회 출전을 앞두고 선수 한 명이 모자라게 되자 해강이 임시로 부원이 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해강은 초등부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드민턴 영재였다. 하지만 그렇게 딱 한 번만 출전하겠다고 나선 해남 꿀고구마배 대회에서 한참 어린 상대 선수에게 패하게 되면서 해강은 특유의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향후 그와 해남서중 배드민턴부가 그려나갈 배드민턴 명승부들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라켓소년단>은 바로 그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밖에도 정보훈 작가식의 힐링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첫 회에 보인 것처럼 땅끝마을이라는 어딘지 도시에서 소외된 농촌에서 만나게 되는 어떤 힐링의 순간들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웃인 오매할머니집에 맡겨 놓고 나간 줄 몰라 여동생 해인(안세빈)을 찾아 동네를 헤맨 해강은, 결국 동생을 찾아 돌아온 집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농촌 사람들의 따뜻한 인간관계가 전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라켓소년단>은 해남 꿀고구마배 대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해강과 세윤(이재인)의 풋풋한 관계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그것이 첫사랑이 될지 아니면 소년 소녀 간의 풋풋한 우정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배드민턴이라는 공감대를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라켓소년단>은 정보훈 작가의 전작이 그러하듯이 치열하고 극적인 스토리 속에서도 편안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힐링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가난과 농촌과 사춘기는 묘하게 어우러지는 지대가 있다. 어딘가 중심이 아닌 변방에 서 있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오히려 따뜻한 인간의 온기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어서일까, <라켓소년단>의 편안한 힐링이 더욱 기대되고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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