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소년단’ 탕준상·이재인,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고 순수해지는
‘라켓소년단’, 배드민턴과 잘 엮어진 순수한 소년소녀의 설렘

[엔터미디어=정덕현] 그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고 순수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의 윤해강(탕준상)과 한세윤(이재인)이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을 함께 걸어오며 속내를 표현하지 못해 서먹하면서도 설렘을 감출 수 없는 그 표정들이 오가는 장면.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서 어떤 따뜻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힐링을 느낄 수 있었을 게다.

<라켓소년단>에서 윤해강과 한세윤의 사춘기 풋풋한 설렘이 드디어 시작됐다. 둘 모두에게 낯선 이 감정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배드민턴을 통해 전해졌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두통에 시달리는 한세윤이 어쩐 일인지 잠도 잘 자고 경기도 쉽게 이겼는데, 그것이 이용태(김강훈)가 자연인인 아버지에게 부탁해 만든 한약 덕분이었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약을 부탁한 건 다름 아닌 해강이었다. “머리가 안 아프고 맑은 기운이 돌고 또 잠도 잘 오는 그런 약.”

이전에도 윤해강은 국제대회에 나가는 한세윤에게 진심어린 응원의 말을 해준 바 있다. 늘 우승하는 한세윤은 마치 당연히 우승할 거라 치부하는 주변사람들의 응원을 오히려 부담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해강은 그 마음을 헤아려 이미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져도 된다”고 말해준 것.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세윤은 대회에서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

해강의 이런 마음에 조금씩 설렘을 느끼는 세윤도 자신의 마음을 배드민턴을 통해 드러낸다. 그것은 국가대표 스케줄이 늘 바쁘고 단식과 단체전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던 세윤이 갑자기 혼합복식을 하겠다고 스스로 나선 것. 그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해강이었다.

<라켓소년단>의 정보훈 작가는 직접 전하는 말보다 우회적으로 진심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더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해강과 세윤 사이에 조금씩 형성되는 설렘의 감정들을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배드민턴과 경기를 통해 주고 받게 만든다. 그 조심스러운 감정의 전달은 그래서 그 어떤 사랑표현보다 더 순수하고 건강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향후 이 두 사람이 혼합복식조가 되어 그려나갈 경기는 그래서 이들의 설렘 가득한 관계의 진전과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회적으로 전하는 진심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주 소재인 배드민턴과 소년소녀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땅끝마을에 죽기 위해 내려온 도시남편(정민성)과 도시아내(박효주) 커플이 이 시골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장면 역시 이런 방식이 활용된다. 즉 오매할머니(차미경)가 자꾸 남편을 이용해먹으려는 걸로 오해해 할머니에게 화를 냈던 아내가, 실상 할머니가 자신들에게 해준 도움들을 알게 되고는 할머니 집 담벼락에 그 가족 그림을 벽화로 그려놓은 장면이 그렇다. 도시 나간 자식들과 가족이 그리운 할머니에게 그 벽화는 먹먹한 감동을 줄 수밖에 없었다.

<라켓소년단>이 담고 있는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마음을 주고받는 방식’은 그 직접적이지 않은 데서 묻어나는 순수함과 건강함 때문에 잔잔하지만 훈훈한 감동을 준다. 거기에는 능숙하지 않은 서투름과 세련되지 않은 투박함이 오히려 드러내는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서툰 사춘기 소년소녀의 설렘과, 시골마을 소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병치해놓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마치 대단할 건 없지만 찾아온 이들에게 내놓는 따뜻한 감자 같은 훈훈함을 전한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순수해지고 건강해질 것 같은 그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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