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설정이 스토리를 넘어서자 벌어진 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해피투게더> 제작진과 재회한 유재석의 새 프로젝트 <컴백홈>이 막을 내렸다.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유재석의 요즘 위세를 생각했을 때는 사실상 잘 안 풀렸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성공한 스타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이전, 어려웠던 시절 살았던 옛 집을 찾아가 그때를 회상하고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청춘을 응원한다는 콘셉트다.

청춘들의 서울살이를 응원한다는 기획은 나름 시의성이 있었으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해투>의 에피소드형 토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만드는 기획임에도 볼거리 구성은 스튜디오 예능의 방법론에 기댔다. 그러다보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인테리어 메이크오버는 많은 예능에서 마무리에 하는 상품 소개 정도의 사족이 됐다.

“이곳에서 스타가 탄생했으니 그 기운을 받아 당신 역시 잘 될 거다.” 이 문장은 <컴백홈>의 주제의식이자 청춘을 위로하는 논리다. 실제로 이런 스토리는 우리네 부동산의 관점에선 먹히는 프리미엄이다. 어떤 계수나 통계로 확언할 수 없지만 전에 살던 사람이 누구였다던가, 잘 돼서 나간 집이라는 말은 집의 가치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시대에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성공신화를 쓴 스타들의 존재는 오늘날 대중들에게 있어 성공의 표상이기도 하다. 관찰 예능, 트로트 예능은 그런 성공의 과정을 전시하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정서적 교감을 만들어간다. 언더그라운드나 제도권 방송 밖도 마찬가지다. 플렉스 열풍을 일으킨 염따나 여러 유튜브 스타들의 성공기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는 엇비슷한 정서가 녹아 있다. 일확천금을 얻은 누군지도 모를 복권 당첨자에게 감정이입하기보다 곁눈으로라도 지켜본 스타, 셀럽의 성장 스토리에 대리만족과 유사한 위안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에 최근 분위기는, 큰 부를 이룬 스타들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응원한다.

여러 가수들의 연습생 시절 화려한 강남 속 외로운 숙소나 언더 시절 쌈디의 홍대 옥탑방, 솔로로 뜨기 전 선미가 자주 가던 단골 식당, 송가인의 사당동 집주인 할머니 등등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그 시절의 내가 살던 공간에 현재 살고 있는 청춘에게 무려 유재석을 대동하고 찾아가 ‘너도 우리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무언의 용기와 희망을 건넨다. 그래서 스타로 성공하기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다가가려는 접근은 누구나 좋은 뜻을 느낄 수 있으며 대리만족을 느낄만한 이벤트다. 또한, 추억이 주는 따스한 위로가 가진 보편적 정서도 있다.

다만, 좋은 의도가 너무 뻔하게 전시되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예를 들면 어느 정도는 7화에 출연한 쌈디의 이야기이기도 한 경북 경산에서 MC 지망생이던 한 고교 자퇴생이 현재 한국 힙합의 거물로 성장하기까지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이센스의 곡 ‘넥스트레벨’은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다. 과거를 알게 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있게 되었는지 따라가는 호기심에서 응원, 그리고 대리만족의 정서로 발전해간다.

그러나 <컴백홈>은 정서적 교감이 재미 포인트임에도,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에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니 다 차려놓겠다는 뷔페식 토크쇼로 물량공세를 펼친다. 스타의 과거와 근황 토크, 연예계 인맥과 에피소드, 현재 청춘과의 인터뷰, MC진의 진지한 속내, 인테리어 메이크오버, 심지어 마지막 회에서는 거미와 조정석의 러브스토리나 유재석의 프러포즈 일화 등 기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투>의 작법과 접근법이 두드러진다.

정작 추억과 위로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정서들을 ‘그때 참 힘들었죠, 청춘! 힘내세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선물을 드릴게요’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뻔한 패턴에 게스트만 바꿔 끼울 뿐이다. 그러다보니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가는 <한끼줍쇼>이며, 과거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은 <TV는 사랑을 싣고>다. 유재석이 패널을 대동하고 밖으로 나가 게스트와 일반인들을 마주해 토크를 하는 부분은 <유퀴즈>고, 인테리어 메이크 오버는 <러브하우스>다.

이런 버라이어티한 구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정서적 측면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 시점에서 그 과거까지의 기간이 뒤돌아보는 관조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기에 세월과 굴곡의 더께가 무척 얇기 때문이다. 성공한 것은 맞지만 인생의 성공을 논하기에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거나 완성되지 않은 연령대의 게스트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회의 게스트 거미의 경우 과거 이야기보다 조정석과의 러브스토리나 김신영과의 인맥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성공을 이룩한 사람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내게도 기회가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의 기운, 긍정적인 시각은 이 시대 청춘들이 갖는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의를 풀어가는 방식을 익숙한 기존 방송 문법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설정의 재미는 반감됐고, 응원을 위한 스토리와 진정성은 밋밋해졌다. 마지막 회에서는 인테리어 메이크오버를 위해 거미의 과거와는 전혀 관계없는 청춘을 만나서 굳이 집을 고쳐주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설정이 스토리를 넘어선 셈이다. 결정적으로 유재석의 프로그램인데 유재석의 존재감이 작다. MC로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으나 청춘을 위로하는 데 있어 설정상, 스토리상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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