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의 반복되는 분노, 이젠 식상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드님 좀 잠깐 내려와 보세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골목편 춘천식닭갈빗집을 첫 방문한 백종원은 너무나 조악한 위생상태를 확인하고 시식을 포기한 채 이 가게의 아들 사장님을 호출했다. 카메라는 사장님이 가게로 달려가는 장면을 보여준 후,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가게 안 백종원의 날선 시선을 담는다.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 순간, 여지없이 광고가 끼어든다. 이만큼 주목도가 높은 광고의 순간도 없다.

광고가 나간 후 장면은 사장님이 마치 선생님에게 벌 받으러 호출된 아이처럼 앉아 백종원이 쏟아내는 지적들을 듣는 것이다. 백종원은 시식을 하지 않은 이유를 사장님에게 묻는다. 더러웠나 보다고 사장님이 말하자, 백종원은 그 자리 뒤쪽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걸 지적한다. 사실 손님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분으로 음식이 맛있게 느껴질 리도 만무고. 백종원의 시식 거부는 그 위생상태의 불안감과 더해져 정당하다 여겨진다.

백종원은 지난 회에 방영됐던 내용 중 식탁 아래 반려견의 방석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먹다 남겨 놓은 뼈다귀가 있었던 점과, 서비스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더러운 위생상태를 지적하며 “손님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했다.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문제의 다트판 위를 닦아 보여주며 까맣게 묻어나는 먼지에 인상을 찌푸렸고, 액자 유리를 닦아보라고 하면서 거기 잔뜩 묻은 먼지들에 한숨을 내쉬었다.

백종원의 비수 같은 지적들은 자막으로 한 번 더 강조됐다.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적이다. 사장님의 가게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역력했고, 그건 변화를 위한 자극제일 수 있었다. 기본이 안 되면 사고가 터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소송 걸리는 거예요. 외국 같으면 소송이에요 이거.” 개인공간과 영업공간 구분도 안되어 있고 손님에 대한 배려도 안되어 있는 게 “다 섞여서 혼돈”이라고 했다.

다트를 하는 광경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정하고 싶으면 집에 가서 혼자 던져요. 왜 여기서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본인이 사장으로서 사고가 나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는 민사, 형사 소송까지 거론하며 그 무서움을 역설했다. 백종원의 질타가 이어지는 내내 상황실에서는 그 광경을 MC들과 어머니가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정신 차릴 수 있게 혼 좀 내줬으면 하는 이야기까지 먼저 했지만 정작 아들이 질타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눈물을 보였다. 금새록은 마치 자신이 꾸중을 듣는 듯 심각해졌다.

당사자인 사장님과 그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런데 어머니의 말은 조금 의외였다. 지난 회에 나온 내용만 봤을 때는 아들 사장님이 마치 탕자처럼 어머니만 고생시키는 그런 인물처럼 보였고, 그래서 포방터 시장에 나왔던 홍탁집 아들 같은 빌런이 또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돌았다. 물론 방송이 나간 후 게시판에서는 이집 사장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의견들이 나왔고, 오히려 ‘악마의 편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어머니의 말은 왜 이런 입장 차가 생겼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들어 있었다. 아들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 “미안해서”라는 것. 알고 보니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사업이 잘 안되어 힘들었고 이 가게도 어렵게 아들 이름으로 대출받아 마련한 거라고 했다. 부모님 이름으로는 대출이 안되는 상황이고 그 빚을 이 가게 영업으로 갚아가고 있는 거라고 했다. 아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걸 거라 생각하는 어머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고 그래서 쓴소리도 못했다는 것이다.

아들 사장님의 입장에서 보면 사장이라는 타이틀은 대외적으로 세워져 있지만 그건 어머니의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거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니 방송에 나간 장면들이 아들 사장님을 굉장한 탕자처럼 느끼게 해준 면이, 실제 지인들이나 주변 이웃들이 봐왔던 것들과는 괴리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방송에 나온 내용들을 취합해서 할 수 있는 추측일 뿐이다. 진실은 진짜 당사자들 아니면 알기가 쉽지 않다.

“일단 마음먹었으면 독하게 해요”라고 말하며 백종원이 가게를 나간 후,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버텼던 사장님은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가게로 돌아온 어머니는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쉽지 않지? 엄마는 홀딱 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어. 다시 시작하자.”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고 처음으로 친구도 좀 절제했으면 좋겠다는 쓴소리를 하고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오열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말에 수긍했다.

어느 정도 납득되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 방송의 면면은 이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 것이었다. 다소 격앙된 백종원의 분노 섞인 쓴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그 광경은 마치 시청자들이 질타를 받는 듯한 불편함까지 불러일으킨다. 여지없이 질타 당한 이들은 거친 숨소리까지 담아내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낸다. 이런 극적인 갈등상황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시청률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 코드를 자주 선보이고 실제로 시청률도 올리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이런 불편한 장면들이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백종원의 분노는 시청자들을 낚는 가장 큰 효과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그게 너무 틀에 박힌 방식이라는 것. 방송은 이런 질타가 이어지고 깨끗이 청소된 가게의 변모된 모습을 담아 보여줬지만, 예고편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지없이 분노를 드러내는 백종원의 모습이 담겼다.

“아이 그것 참 되게 황당하네. 내가 속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지금. 정말 기분이 정말 더러워요. 여기다 써 붙이지나 말든지. 평생을 이중으로 살아야 돼!” 백종원은 테이블까지 주먹으로 탁 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게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백종원의 분노는 시청자들을 낚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솔루션을 주는 입장에서 감정을 섞어 보여주는 일이나, 그런 장면을 의도적으로 극적으로 잡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과연 괜찮을까. 과거에는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컸던 이런 상황들이 점점 반복적으로 활용되면서 이젠 식상해지고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권리로 저래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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