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위드유 통해 다시 입증한 유재석의 선한 영향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은 이제 백종원 같은 인물이 됐다. 많은 시청자와 팬들이 발끈할 수도 있겠다. 20년째 독보적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예능 MC, 2019년부터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 새로운 바람까지 일으킨 유재석에 대한 평가라기에 다소 부적절한 비유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주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위드유편에서 유재석은 백종원처럼 존재 자체가, 출연하는 것만으로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부캐의 도움 혹은 인위적인 캐릭터 플레이 없이도, 본인의 이름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콘텐츠가 되어 재미와 감동을 만들 수 있음을 말이다.

<유퀴즈> 같은 유재석 진행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놀면 뭐하니?>를 기점으로 공고했던 진행스타일이나 캐스팅에 변화를 주면서 또 한 번의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주 <놀면 뭐하니?>는 들어주고, 짚어주고, 이끌어내는 지휘자 유재석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인간 유재석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8년 이후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지만 방송과 일상과 매체의 간극이 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국민MC 이외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던 유재석이기에 꽤나 새로운 볼거리였다.

사실상 당근마켓 특집이라 할 수 있는 위드유편은 예능 방송에서 이보다 더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직접적인 프로모션이었다. 당근마켓이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선 플랫폼이라는 존재감과 의미를 각인시키며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그런 동시에 당근마켓을 잠시 지우고 생각해보자면 하루 종일 유재석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 <놀면 뭐하니?> 제작진의 유재석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방송이기도 했다.

위드유는 유재석이 당근마켓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포착하는 콘텐츠다. 유재석은 제작진이 미리 해놓은 거래에 따라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다마스를 타고 해당 주소지로 가서 당근이란 암호명으로 거래에 임하며 상황을 파악한다. 미니 승합차에서부터 기시감이 든다. <놀면 뭐하니?><무한도전>의 숨은 흔적 찾기 같은 재미가 있다. 이번 위드유편은 연예인이 나오기 힘든 공간과 상황에 뜬금없이 출현해 의외성을 만드는 점에서 <무한도전>을 국민예능의 반열에 올려놓은 계기가 됐던 하나마나 특집의 기억이 떠오른다.

유재석은 무명 트로트 가수와 점심 한 끼 나누면서 희망과 파이팅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용기를 준다. 대표적인 서울의 서민 동네인 응암동의 어느 한 동네 미용실에서는 주인 대신 가게를 30분간 봐주면서 성별과 직업과 무관하게 마주하는 시민들과 따스한 정을 나눈다. 그리고 오늘날 젊은 세대의 최대 화두인 주식을 갓 시작한 직장인 주린이들과 주식 모임을 가지면서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자신의투자 이야기를 꺼낸다.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유재석의 투자에 대한 관심과 지식, 원칙을 공개하면서 그전까지 국민MC 콘텐츠,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신선한 자극을 줬다.

그리고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등 가슴 찡한 주옥같은 명언으로 감동과 위로를 전한 어머니 자전거 1:1 교습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예능에서 재미의 가치를 웃음에서 정서적 즐거움으로 확장한 <무도>의 후신답다. 포인트는 남녀노소, 관심사, 불문하고 가까이 다가가 스스럼없이 도움을 준 이 모든 에피소드를 단 하루 동안 유재석 안에서 꺼내서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 유재석도 진행자가 아니라 출연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나아가 시대상을 반영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낯선 상황 속에서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1여 년 동안 <놀면 뭐하니?>의 화두는 1990년대 노스탤지어였다. 몇몇은 큰 성과가 나기도 했지만, 관련해 염려되는 시선도 존재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예능인, 예능 후배들을 위한 선배의 역할이란 당위성을 갖고 시도한 쇼버라이어티 콘텐츠들은 <무도>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방송은 게스트, 고정 출연자들을 모두 제하고, 오롯이 유재석만으로,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스탤지어나, 끌어준다는 강박을 벗어나 여전히 보여줄 거리가 많이 남아 있고, 그 모습이 여전히 흡입력 있다는 점에서 노스탤지어를 넘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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