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과 ‘유퀴즈’ 그리고 ‘범바너’가 만나면
‘놀면’, 유재석의 유니버스는 어떻게 확장되어가나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강력3팀 유반장으로 분한 유재석은 신입형사 면접에서 정봉원(정재형)과 이미주를 합류시켰다. <수사반장>을 패러디한 것처럼 김형사(김종민)와 마형사(데프콘)를 팀원으로 둔 유반장이 이렇게 새로 합류한 신입형사와 하게 된 건 실제 프로파일러들처럼 상황극으로 꾸려진 사건에 투입되어 수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돕기 위해 출연한 인물은 다름 아닌 국내 1호 프로파일러 출신 권일용 교수다. 갑작스레 등장한 권일용 교수에게 유반장은 상황극이 되시냐?”고 물었고, 의외로 과몰입한 그를 통해 실제 사건에도 적용되는 프로파일을 위한 몇 가지 팁들을 얻었다. 지문 채취하는 법이나, 혈흔을 분석하는 방법, 또 사건의 순서를 추리하는 방법 등이 소개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 식당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투입되어 거기 남겨진 혈흔, 지문, 발자국을 분석하고, 다양한 증거들을 모아 그 사건이 왜 벌어졌는가를 추리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유반장은 많은 증거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중요한 사건 정황을 읽어내 권일용 교수를 놀라게 만들었다. 결국 범인을 찾아낸 유반장과 팀원들에게 권일용은 굉장히 놀랐다며 영재 수준으로 실제 형사 5년차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아이템과 유반장이라는 캐릭터는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모로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3를 내놓은 <범인은 바로 너>를 연상시킨다. 연달아 터지는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추리해내며 문제를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반장은 그것보다는 훨씬 <수사반장>의 패러디 상황극의 요소를 넣었지만 사건을 수사하고 추리한다는 그 지점은 유사하다.

물론 <범인은 바로 너>와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은 권일용 교수 같은 실제 프로파일러가 출연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권일용 교수는 이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그것이 알고 싶다특집에 출연한 바 있다. 유재석과 인연이 있는 사이고, 그래서 이번 특집에 그가 출연했을 때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놀면 뭐하니?>가 그려가고 있는 갖가지 캐릭터와 미션이 더해진 이른바 유재석의 유니버스를 보면 권일용 교수의 사례처럼 그가 출연했던 많은 프로그램들에서의 인연이 이 안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함께 하는 아기자기조세호는 신박기획 매니저 면접에 등장한 바 있고, 이번 <수사반장> 패러디에 신입형사로 등장한 이미주는 tvN <식스센스>에 함께 출연하며 남다른 끼를 보여줬던 인물이다.

카놀라 유라는 부캐로 처음 만나게 됐던 예능 유망주로 출연했던 조병규는 <범인은 바로 너>에 출연해 역시 인연이 있던 인물이고, 다음 주에 예고된 ‘2021 동거동락특집에 출연할 예정인 김혜윤도 <범인은 바로 너>를 통해 인연이 있던 인물이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로 확장되어가는 유재석의 유니버스는 그가 출연했던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어느 정도 친숙한 인물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넓혀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이렇게 된 건 <놀면 뭐하니?>의 부캐 활동이 갑자기 주어진 리얼 상황극으로 진행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상황극이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는 서로를 알아야 하고 따라서 완전히 낯선 인물을 채워넣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여러 다른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인물들은 언제든 <놀면 뭐하니?>라는 세계 속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진지함과 유머감각으로 주목받았던 권일용 교수가 그렇고, <범인은 바로 너>에서 사건의 밑그림을 정극처럼 연기해 그려 넣어준 조병규나 김혜윤이 그렇다. <놀면 뭐하니?>를 보다보면 그래서 타 프로그램에서의 관계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상황극을 통한 유재석의 유니버스로 이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의 묘미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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