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났네 난리났어’, 세계관 확장은 반갑지만 기획부재 우려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작년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예능인 유재석의 광폭 횡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팔색조 콘셉트는 여전히 큰 화제성을 모으며 진행 중이고, KBS에서도 곧 <해피투게더>의 명맥을 잊는 새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정적이고 소박한 tvN <유퀴즈>에서마저 스핀오프 파일럿 <난리났네 난리났어>를 내면서 세계관 확장에 나선다. 가장 활발한 에너지를 보이는 예능 스타가 여전히 국민MC 유재석이라니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다.

<난리났네 난리났어>는 <유퀴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목부터 <유퀴즈>에서 발발한 유행어에서 가져왔다. 기존 출연자들과 퀴즈와 토크 형식을 벗어난 공간에서 퀴즈와 인터뷰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 번째는 ‘먹방’이었지만 이들의 바람대로 ‘그알특집’, ‘재테크특집’ 등 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무슨 특집이 아니라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따로 떨어트려 만든 것 치고는 소박하긴 하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장소에 직접 찾아가 더욱 현실감 넘치고 생생한 토크’를 기대한다고 했으나, 조세호가 “우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라는 데 유재석이 공감하지 못했듯 이번 2부작은 익숙한 맛집 소개 먹방이었다.

1회는 ‘떡볶이 온 더 블록’이라 하여 금손 특집에 출연했던 떡볶이 동호회 대표 김관훈 씨와 월드클래스 특집에 출연했던 모델 최소라와 함께 서울 시내 떡볶이 맛집 투어를 했다. 2회는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작가와 유행어의 주인공인 부산 세관의 김철민 씨가 함께해 서울에서 즐기는 ‘씨푸드 온더 블록’이라 하여 수산물 향연을 펼쳤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함께 먹으러 다닌다는 것 자체가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준다.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유퀴즈>라는 플랫폼을 가장 친근하게 풀어낼 수 있는 방향 중 하나를 잘 잡아서 풀어냈다.

1회 시청률은 3.7%. <유퀴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좋은 성적이다. 나름 괜찮은 반응을 얻는 것은 <유퀴즈>의 잔잔함과 따스함을 고스란히 가져온 덕분이다. 유재석과 조세호의 농익은 호흡을 바탕으로 <유퀴즈>에서 한번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 매력과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또 색다른 모습을 더욱 즐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만드는 유재석식 따스한 웃음이 큰 빛을 발한다. 유재석은 지난해에도 먹방을 기본으로 한 <식스센스>라는 프로그램을 런칭한 적이 있다. 비교했을 때 진행이 필요한 왁자지껄한 웃음이나 설정된 상황(퀴즈)보다는 소박한 분위기와 사람에 집중하는 소소한 공감대에서 보다 신선한 매력이 발휘된다.

<난리났네 난리났어>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출연하고 기존 출연자들의 인연을 바탕으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유재석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유퀴즈> 유니버스를 꿈꾼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있다. 영화와 달리 예능 스핀오프는 확장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기획에 대한 염려도 수반한다. 예능 스핀오프는 나름의 데이터와 안전판을 밑에 깔고 시도하는 실험이다. 기존 팬층에 손쉽게 어필할 수 있고, 신규 예능 기획에 비해 비교적 품이 덜 들고 부담감도 적기 때문이다. 물론 스핀오프가 안전판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전위적이거나 작은 실험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난리났네, 난리났어>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 방송에서도 언급하듯이 과식을 제외하면 <맛있는 녀석들>과 흡사한 면이 있다.

부작 스핀오프 <난리났네 난리났어>은 <유퀴즈>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오리지널리티는 역시나 유재석과 조세호 콤비에 있다. 떡볶이 투어에서 만난 두 출연자, 유행어의 주인공 등이 반갑긴 했지만 종종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는 <유퀴즈>에서 아예 없거나 풀어내기 어려운 기획은 아니다. 먹방, 맛집소개, 콘셉트가 기존 먹방과 맛집 투어와 다른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난리났네 난리났어>는 소소한 재미를 주고, <유퀴즈>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스핀오프 예능 제작이 늘어나는 흐름은 오늘날 예능계에 드리워진 기획 부재의 한 가지 현상이기도 하다. 마냥 흥미롭고 재밌다고만 하기에는 끝맛이 살짝 미묘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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