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어째서 부캐 세계관 흐려지고 ‘무도’로의 회귀가 보일까
‘놀면 뭐하니’의 퇴행, ‘동거동락’이 만들어낸 호불호의 원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MBC <목표달성 토요일-스타서바이벌 동거동락>2000년부터 약 2년 간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에게는 첫 메인 MC를 하며 이제 막 기지개를 켜게 해줬던 프로그램으로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놀면 뭐하니?>‘2021 동거동락은 유재석의 입김이 그만큼 많이 작용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받으며 올해의 계획을 묻는 김태호 PD에게 신구 예능인의 만남을 얘기했던 유재석의 제안이 그 시발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면 과연 ‘2021 동거동락<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의 올해 첫 프로젝트로서 제대로 첫 발을 잘 내딛었는가 하는 점은 어딘가 회의적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지향했던 신구 예능 유망주 발굴이라는 지점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탁재훈 같은 선배 예능인이 영지 같은 후배 예능인과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장면은 그 세대적 거리만큼 소통의 의미가 남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의미를 빼놓고 보면 ‘2021 동거동락은 퇴행에 가까울 정도로 새로울 것 없는 추억 예능에 머물러 있다. 과거 <동거동락>에서 선보였던 추억의 게임들을 꺼내놓고 팀을 갈라 게임을 하며 유재석이 특유의 진행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당대에는 참신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딘가 자가 복제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당대의 그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인물들을 조율하며 웃음을 끄집어내고 캐릭터까지 발굴해내는 유재석의 열일은 지금처럼 일보다 휴식이나 자기만의 시간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어딘지 피로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2021 동거동락이라는 프로젝트가 <놀면 뭐하니?>가 그간 열어 놓은 부캐라는 세계관과 과연 어울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가 대중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던 건, 유재석이 새로운 부캐의 도전이라는 그 일련의 신선한 시도들이 박수 받을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 동거동락을 보면 예능계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그 부캐의 도전이 사라지고 과거의 유재석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무한도전>의 그림자다. ‘2021 동거동락<무한도전> 시절 절친들을 끌어 모아 스튜디오에서 갖가지 게임을 했던 그 많은 당대의 프로젝트들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애초 유재석 혼자 카메라 하나를 들고 자기도 알 수 없는 낯선 인물들을 만나 새로운 부캐를 갖게 되는 과정을 보였던 <놀면 뭐하니?>의 풍경에는 어느새, 김종민과 데프콘이라는 거의 반 고정이 되어버린 인물들이 서 있다. 혼자 시작해 차츰 새로운 인물들을 더해감으로써 더 흥미로웠던 프로젝트들은 이제 어딘가 유사한 캐릭터들이 고정적으로 등장해 그 익숙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건 부캐의 세계를 도입한 이래 연전연승하던 <놀면 뭐하니?>가 처음으로 실패한 하나의 프로젝트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려되는 건 이 프로젝트에서 과거 <놀면 뭐하니?>가 나아갔던 길과는 다른 방향성이 읽혀진다는 점이다. 그건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는 퇴행의 길이다. 그리고 이런 퇴행은 호불호를 만든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분들이야 즐거울 수 있지만, 새로운 길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별 감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는 지금 기로에 서 있게 됐다. 앞으로 나갈 것인지 뒤를 돌아볼 것인지. 물론 어떤 길이 성패를 가를 것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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