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놀면’, 이것은 어쩌면 ‘무도’ 시즌2의 그림일 수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보시는 분들 가운데는 <놀면 뭐하니?>가 아니라 <무한도전>을 한다고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무한도전>은 하기가 힘들어요. 멤버 구성이 일단 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무한도전>이든 <놀면 뭐하니?>든 저희들은 목표는 하나 아닙니까? 많은 분들 위해 즐거움을 드리겠다. 근데 <무한도전>처럼 멤버화를 한다 라기 보다는 되시는 분들 우선으로 뭔가 프로그램을 구성을 해보려고 해요.”

아침 일찍 한 음식점에서 유재석과 정준하, 하하, 조세호, 황광희가 함께 자리를 했다. 그 구성만으로도 또 그 아침의 풍경만으로도 <무한도전> 팬들은 가슴이 설렜을 게다. 너무 익숙한 <무한도전>의 장면이 아닌가. 물론 각자 스케줄과 사정 때문에 모두 모이진 못했지만, 그 자리에서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모인 데 대한 소회를 전하며 조심스레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놀면 뭐하니?>가 독자적인 ‘부캐 활동’ 행보는 이어가면서도 이른바 패밀리십을 가져와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도 해나가겠다는 것.

사실 ‘MSG 워너비 프로젝트’를 할 때 중간에 잠깐 등장했던 ‘유본부장’ 콘셉트의 상황극은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든 바 있다. 유부장이 이제는 유본부장이 되어 새로운 팀원을 뽑기 위한 면접 상황극이 하루 종일 이어졌지만, 어느 라면집에서 정과장(정준하)을 마주하는 장면은 그 상황극의 백미였다. 두 사람은 여전한 ‘무한상사’ 케미를 선보이며 직장인 특유의 페이소스와 더불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자들도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픈 마음을 게시판을 통해 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가 선택한 건, 패밀리십을 통한 확장이었다. 즉 출연이 가능한 <무한도전> 멤버들을 때때로 프로젝트별로 소환해 이야기를 이어가겠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놀면 뭐하니?>가 지금껏 걸어왔던 ‘부캐 활동’을 접고 <무한도전>으로 가겠다는 건 아니었다. <놀면 뭐하니?>의 부캐 활동 자체가 저마다의 부캐를 통한 유닛 활동들을 무한확장 하는 것이라면, 그 중에 <무한도전> 콘셉트가 들어가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선택을 통해 첫 프로젝트로 보여준 탁구 삐약이 신유빈 선수와의 만남은 <놀면 뭐하니?>와 <무한도전>의 자연스러운 접합 지점을 보여줬다. 즉 88올림픽 콘셉트로 체육관에 마련된 무대에서 유재석, 정준하, 하하가 ‘손에 손 잡고’를 부른 코리아나를 패러디한 분장으로 이른바 ‘쏘리아나’를 연출하며 신유빈 선수를 맞는 장면이 그렇다. 부캐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입은 모습으로 등장한 건 <놀면 뭐하니?>의 색깔 그대로지만, 이들이 오랜만에 신유빈 선수를 다시 만나 보여주는 즐거운 호들갑(?)은 <무한도전>의 색깔을 그 위에 더해 놓았다.

7년 전 <무한도전>에서 ‘지구대표’로 만났던 열 살 탁구 신동 신유빈은 이제 열일곱 살 국가대표가 되어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이렇게 <놀면 뭐하니?>에서 만나게 된 것. 이 흐름은 <무한도전>의 향수를 끄집어내기도 했지만, 어린 신동이 훌쩍 성장해 돌아온 것처럼 <무한도전>에서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진 <놀면 뭐하니?>의 모습을 보는 듯 했고, 무엇보다 성장한 모습은 달라도 놀라운 탁구 실력으로 국민들을 열광케 한 신유빈 선수처럼, 프로그램 이름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즐거움을 주는 유재석과 정준하, 하하의 모습을 새삼 발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미션에 88올림픽 시절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유재석, 정준하, 하하에게는 ‘라켓중년단’이라는 부캐가 부여됐다. 그리고 <무한도전> 시절 했던 것처럼 이들에게는 미션이 주어졌다. 아직 구체적으로 미션이 뭐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할 시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 했더니 ‘유소년 탁구선수들을 위한 기부’를 하겠다고 한 신유빈 선수. 결국 미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이들은, <무한도전> 시절 특유의 포복절도 탁구 훈련 과정을 보여줬다.

네 사람이 탁구대를 빙빙 돌며 몸 풀기 훈련을 하는 과정부터 서로를 탓하는(?) 모습으로 빵빵 터트린 이들은, 배려해주는 신유빈 선수와 너무나 비교되는 엉망진창 탁구 실력으로 웃음을 이어갔다. 캐릭터와 리액션 장인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너무나 합이 잘 맞는 이들의 케미는 ‘복불복 라켓 뽑기’로 기상천외한 라켓들이 등장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전기드릴 탁구채, 초대형 라켓, 꽹과리 라켓, 소고 라켓, 북 라켓까지 등장해 비주얼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경기는 의외로 ‘국악 한마당’을 보는 듯한 연주 소리가 큰 웃음을 줬다.

<무한도전> 시절에 스포츠 선수들이 나오면 자주 했던 ‘핸디캡 경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길 때마다 탁구대를 줄여 나중에는 8분의 1 면적의 탁구대만 남겨 놓고 하는 경기는 신유빈 선수의 묘기에 가까운 실력과 더불어 시종일관 웃음이 터졌다. 신유빈 선수에 주는 핸디캡이지만 점점 한 팀으로 뛰는 유재석, 정준하, 하하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그랬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한도전>식 웃음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재석은 <무한도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그건 영락없는 <무한도전>의 반갑고 그립던 웃음이었으니 말이다.

<놀면 뭐하니?>는 다시 돌아오며 ‘+’를 덧붙였다. 그 ‘+’는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훨씬 더 유연하게 다양한 유닛들을 끌어안을 거라는 걸 보여준다. 아마도 신유빈 선수와 라켓중년단의 기획은 ‘+ <무한도전>’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이것은 어찌 보면 과거에도 <무한도전>이 꿈꾸던 그림이기도 했다. 매주 새로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내놔야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당시, ‘휴지기’를 갖고 일종의 ‘시즌제’를 했으면 하는 게 <무한도전>의 바람이었으니 말이다. <놀면 뭐하니?>로 다양한 부캐 활동을 그려나가면서도 가끔씩 <무한도전> 콘셉트가 진행된다면 그건 시즌제와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 하나를 더하면서 <놀면 뭐하니?>는 이제 그 유연함으로 <무한도전>의 세계를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어찌 보면 <무한도전> 시즌2의 그림일 수도 있었다. 매번 놀라운 기획들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지만, 너무 단단해진 틀 때문에 오히려 힘겨웠던 <무한도전>이 이제는 유연한 <놀면 뭐하니?>의 유니버스 속으로 들어와 어찌 보면 더 자유롭고 큰 방향성을 얻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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