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와 세계관 연결한 ‘놀면+’, 어떻게 새로운 볼거리 만들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주간 유재석의 자가 격리 이후, 그리고 약 한 달간의 올림픽 휴방 이후 찾아온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도쿄 올림픽 특집을 선택했다. 7년 전 꼬마 탁구 천재로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신유빈 선수의 금의환향이자, 그동안 숱하게 쏟아진 <무한도전> 재결합에 대한 <놀면 뭐하니?>의 공식 답변이 있었다.

그때 시절 멤버들 중 일부가 그 당시 활동무대였던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반갑게 해후했다. 이후 신유빈 선수와 함께한 본 방송에는 <무도> 전성기 시절 멤버인 정준하와 하하가 유재석과 함께했다. 반가운 조합, 재결합이었지만 당대를 정의하는 콘텐츠 경험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완전히 엇갈렸다. 그 시절 웃음을 느껴서 좋았다는 의견과 함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철 지난 예능이 아닌가라는 평가가 맞섰다. 올해 초만 해도 크게 환영받았을 텐데 몇 번의 긴 레트로 프로젝트 이후 달라진 분위기다.

<놀면 뭐하니?>를 멀찍이 떨어져서 버드아이뷰로 바라보면 ‘추억’이란 글씨가 점점 더 커지고 또렷해진다. 1990년대 향수, 2000년대 바이브, 즉 뉴트로와 복고의 줄타기를 하며 흥행의 초석을 마련했다. 일각에선 <놀면 뭐하니?>를 <무도>와 전혀 다른 방정식과 정서를 가진 예능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회차가 거듭할수록 <무한도전>의 그림자가 점점 더 짙게 올라온다. TV조선발 트로트를 차용한 유산슬, 1990년대 무드를 소환한 ‘싹쓰리’, 엄정화 트리뷰트인 ‘환불원정대’, 옛 겨울 노래를 조명하는 ‘겨울 노래 구출작전’, SG워너비를 소환한 MSG 등 음악 예능이란 소재, ‘평균 이하’ 캐릭터의 성장 서사 등 <무도>식 서사와 노스탤지어를 기본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설정부터 설명까지 <무도>와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대와 비교가 큰 부담이자 기획의 제약을 만들 수 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벗어나야 할 그림자가 아니라 기획의 보고이자 영광스런 추억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무도>와 직접 연결된 ‘무한상사 10주년 특집’으로 기획된 ‘유본부장’으로 반향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무도>의 재결합에 대해 <무도2>가 아닌 ‘놀면뭐하니+’라는 <무도> 구성원들의 패밀리십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팜 체제를 공식화했다. <무도> 작법의 차용이 아니라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연결한 셈이다. 어쩌면 그동안 반복해온 동일 패턴의 음악 예능의 성과를 이어갈 다음 단계로 <무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아닌지 짐작해본다.

그런데 과거의 멤버들이 모였다고 <무한도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도>의 작법을 그대로 이어온 음악 특집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캐’라는 새로운 개념과 볼거리를 익숙한 빌드업에 얹으면서 파급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버와 몸개그, 말도 안 되는 장비, 서로 탓하는 그때 그 시절 캐릭터쇼로 점철된 하이 텐션의 탁구 대결은 확실히 과거의 그 콘텐츠인데, 향수에 젖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몰입이 되지 않았다.

우선, 이미 멀리 왔음을 한 번 더 자각하게 됐다. <무도>의 캐릭터쇼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실제와 방송 콘셉트가 혼재한 맥락에서 오는 개그 앙상블이 웃음의 원천이자 정서적 이입의 단초다. 그동안 <놀면 뭐하니?>, <안 싸우면 다행이야>, 웹예능 <띄밟놈>,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김태호PD와 노홍철) 등에서 간헐적으로 <무도> 멤버들이 한둘씩 뭉치긴 했지만 이번에 <무도>라는 이름으로 전원이 모두 모이기는 힘든 사정을 공식화됐다.

그래서 ‘놀면뭐하니+’는 거성인데 쩜오이며, 호통개그를 치는데 사실 쭈구리였던 호시탐탐 욕망을 표출하는 모순덩어리 박명수나, 자기만의 캐릭터와 영역을 구축해 서브 진행이 가능했던 정형돈, 모든 갈등의 원천이자 윤활유였던 노홍철 등이 나란히 서서 팽팽한 구도를 이어가던 시절의 <무도>가 아니다. 아무 일 없이 불려 나왔다 밥만 먹고 돌아간 것에서 볼 수 있듯 2기 멤버라 할 수 있는 황광희, 조세호, 양세형 등은 기존 멤버들과 동등한 입장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무도>는 정형돈과 노홍철이 활약하고, 박명수가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시절이다. 그런데 현재 유재석 정도를 제외하면 그 시절 에너지와 캐릭터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멤버가 아예 없다. <무도>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별개로 현실은 점점 과거와 멀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가 2000년대 중반 예능의 장르 성격, 제작 기법, 시청 경험 등 예능의 개념과 역사와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바꾼 <무도>를 꺼내와 어떻게 새로운 볼거리로 전개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미 왕년의 멤버들 절반이 불참하는 이상 단순한 복고 코드로는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 당장 몇 번의 좋은 스코어에 환희할지 몰라도 기대가 컸던 만큼 <무한도전>이 한 단계 올려놓은 TV 콘텐츠의 미래, 새로운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실망감이 크게 돌아올지 모른다. 과거의 향수에 기대기만 해서는 이번처럼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자칫, <무도> 종영하기 전까지 수년간 방송이 끝난 직후 의례처럼 계속되어온 재미 여부를 두고 붙었던 여론전이 다시 이어질지 모른다.

리얼버라이어티를 그리워하는 여론은 관찰예능이 장기집권하면서 늘 반작용처럼 있어왔지만 정작 다시 유행에 성공할 만큼 지지를 받은 적은 없다. 드디어 <무도>의 다음 페이지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지금까지 트렌드를 이끌어온 것처럼, 복고 콘텐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전진하는 길 또한 함께 볼 수 있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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