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면 뭐하니’에서 박명수가 유독 반가운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출발점은 유재석이다. 예능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유재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6년간 유재석은 이경규, 강호동, 김구라 등 동료들이 모두 변화를 모색함에도, 강박적인 옷차림으로 상징되는 유느님 캐릭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언제나 중심에 서서 전체를 관장하는 진행 스타일, 관찰형 예능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는 선구안, 샌드백 롤을 이용하는 웃음 방정식과 이를 위한 이른바 ‘키링 캐스팅’까지 수년째 반복되는 유재석식 예능은 의문과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김태호 PD는 복귀를 하면서 <무한도전>을 포함한 여러 카드 중 유재석 카드만을 골라들었다. 이런 평판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유재석에 대한 여전한 믿음과 변화가 가능하다면 가장 흥미로울 결과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조의 아파트’처럼 유재석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예능 형식부터 유재석의 일상을 끌어내기 위해 제작진의 관여를 최소화한 콘텐츠, 김태호 PD의 전매특허인 음악 예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능까지 말 그대로 문어발식 도전과 실험을 펼쳤다. 결과는 이미 잘 알다시피 트로트에서 크게 터졌다.

국민MC이자 늘 이른바 샌드백 롤을 맡는 사단을 이끌고 방송하던 유재석은 홀로 특정 분야의 신인이 되어 낯선 환경에 던져졌다. 국민MC 유재석은 그렇게 수많은 가면을 수집한 사내처럼 신인 트로트가수, 신생 라면가게 사장님, 영재 드러머, 하프 연주자, 초보 치킨 전문가 등을 타의로 역임하며 예의 그 성실함과 재능, 인간미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유독 자막을 통해 ‘부캐’임을 강조하는 것은 기존에 잘 알려진 국민MC 유재석과의 괴리와 가상한 노력에 대한 집중조명이며, 기존과 다른 유재석이란 강조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신인 트로트가수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목표는 수정됐다.
<놀면 뭐하니?>가 유산슬 편에서부터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선한 영향력이다. 유산슬로 대박을 낸 이후 갖게 된 영향력을 유느님답게 환원하면서 눈덩이 굴리듯 그 매력과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스로 대형신인으로 분해 트로트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으며, 방구석 콘서트를 마련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공연예술가와 뮤지션과 그들의 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 라면을 통해 위로와 위안의 말을 던지고 자영업자의 대표격인 치킨집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일종의 캠페인성 도전을 계속 이어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박명수의 등장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성장한 시점에서 <해피투게더4> 이후, 김태호 PD의 품 안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콤비가 해후했다. 콤비의 해산을 한일관계 경색으로 인해 우리가 재료, 기초산업 분야에서 다시 태어난 계기가 된 것에 비유한 박명수의 말처럼 그가 유재석을 떠나 홀로서기를 어느 정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이서 함께 예능의 역사를 뒤바꾼 시절만큼의 임팩트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솔직히 <끼리끼리>나 <아내의 맛>에서의 박명수가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출연자는 아니다. 예능의 한계를 확장한 박명수의 솔직 순수 호통 캐릭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를 받아서 증폭시켜줄 확성기는 역시 유재석 외에 없었다.
그러던 박명수가 옛 동료인 유재석을 만나자 여전한 대환장 웃음을 만들어낸다. 맥락 없는 호통개그와 근거 없는 자신감, 오래 축적된 쭈구리 캐릭터와 크리스털처럼 맑고 투명한 욕심과 이기심이 뒤엉킨 묘한 순수 캐릭터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웃음 사냥꾼 시절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소환된다. 그래서 ‘치킨의 명수’를 넘어선 무언가를 자꾸만 더 기대하게 된다. 높아진 영향력과 인기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놀면 뭐하니?> 입장에서 역전의 용사들을 다시 불러들일 충분한 토양을 갖췄기 때문에 갖는 확대해석이다.

유재석은 부정적인 여론이 다소 존재함에도 보란 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김태호 PD도 많은 부담과 기대 속에 유재석을 다시 최고의 페르소나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들은 명성에 기댄 인지도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영향력을 새로이 만들어내면서 다시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유재석 구하기에서 선한 영향력으로 넘어온 <놀면 뭐하니?>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다시 만난 박명수와 유재석의 프로젝트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것은 <놀면 뭐하니?>가 가진 영향력이 많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으로 다져졌다는 데 있다. 이제 과거를 다시 들춰본다고 한들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기댄 도전이 아니라 현재 시제로 소환할 출발점이 만들어졌다. 더 정확하게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기어이 만들어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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