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명불허전 유재석·정준하 무한상사 케미, ‘무도’가 그립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정도면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 자리에 다시 모여도 되지 않을까. MBC <놀면 뭐하니?>의 ‘유본부장’ 특집은 시작 전부터 <무한도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유본부장’의 세계관이 <무한도전> 시절, ‘무한상사’의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무한상사’에서 나온 유부장은 JMT(Joy & Music Technology)의 본부장으로 스카우트됐고, 이제 새 팀을 짜기 위한 면접을 보러 다녔다. 처음 만난 면접자 이용진은 유본부장과 육아고민으로 공감대를 만들었고, 어딘가 허술한 지식으로 유본부장을 웃게 만들었다. 두 번째 만난 면접자는 임원희로, 나이가 좀 있는 인물 특유의 ‘옛날 개그’ 스타일이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날 방송 중 진짜 하이라이트는 면접을 모두 끝내고 들른 라면집에서 벌어졌다.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은 유본부장은 한쪽에 앉아 있는 인물의 익숙한 뒤태를 보게 됐고, 그가 정과장(정준하)이라는 걸 알고는 반가워했다. 사업이 다 망했다고 말하는 정과장은 이제 나이가 들어 어디서도 그리 오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무한상사’가 그리운 시청자들로서는 정과장의 등장이 너무나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어눌하면서도 의외로 유본부장에게 깐족대는 정과장은 이제는 과거와 달라졌다며 애써 차분했던 유본부장의 뒷목을 결국은 잡게 만들었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의 대표적인 상황극으로 다양한 콘셉트를 장착해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무한상사’에서의 유부장과 정과장이 순간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취직이 어렵다는 정과장의 말에 유본부장이 조심스럽게 면접을 시작하고, 탄력근무제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엉뚱한 이야기만 계속 하는 정과장의 말에 답답해하는 유본부장의 모습은, 과거 ‘무한상사’ 시절의 상황극 케미를 재연했다. 특히 마지막에 라면집에서 나오려 밥값 계산을 두고 벌이는 티격태격 케미는 한 마디로 ‘명불허전’이었다.

상황극이라는 것이 대본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특정한 상황을 던져준 후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즉석 연기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서로 간의 호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과 정준하는 오랫동안 맞춰왔던 이들의 케미가 얼마나 잘 맞는가를 이 짧은 상황극으로 보여줬다.

아마도 오랜만에 유재석과 정준하의 케미로 만들어낸 <무한도전> 식의 상황극을 접한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실 시작 전부터 이번 ‘유본부장’ 특집이 ‘무한상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안 찐 팬들은 이번을 기회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시 모이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시즌 종영한 <무한도전>의 옛 영상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숏폼으로 소개되며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다시 모아 무언가를 하기를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놀면 뭐하니?>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으로 회귀하는 건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적어도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로서 <무한도전> 시절의 몇몇 세계관들을 소환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세계관의 결합은 이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니 <놀면 뭐하니?>와 <무한도전>의 세계관이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건 흥미로운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여전히 <무한도전>을 그리워하는 찐 팬들이라면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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