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유야호가 선택한 전원 합격, 한 편의 우화처럼 보인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오디션은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최종멤버를 뽑는 경연에서 M.O.M(지석진, 박재정, 원슈타인, KCM)과 정상동기(김정민, 쌈디, 이동휘. 이상이)는 ‘전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애초 반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유야호는 “오디션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선언하며 전원 합격을 줬다.

이 결과에 톱8은 모두 반색했다. 가수였지만 오래도록 예능인으로서 살아왔던 지석진은 눈물을 보였고, 김정민도 어쩌다 그 자리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가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4인으로 팀을 꾸려 대결하던 톱8은 결과 발표 이후 전화통화를 통해 이제 한 팀이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굴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룰 속에서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 떨어뜨리지 말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면 MSG 워너비 프로젝트의 중요한 룰이었던 ‘편견 없는 오디션’은 사실상 완벽하게 구현된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정상을 찍은 가수는 배제된다는 유야호가 제시한 룰은 깨졌다. 도경완이 김정민인 줄 알고 탈락시켰던 그 해프닝이 결국 진짜 김정민을 소환했고, 그는 끝내 톱8에 들어 최종합격의 결과를 누리게 됐으니 말이다.

김정민이 최종합격하게 된 결과만 놓고 보면, 초반에 등장했다 바로 정체가 드러나 탈락하게 된 잔나비의 최정훈이나, 김범수, 케이윌의 탈락은 엄밀히 말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다. 이미 유명한 가수들을 배제함으로써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그 취지는 너무나 좋은 것이었지만, 자칭 ‘톱10귀’라 말하는 유야호 혼자 이 취지를 지켜낼 만큼 객관적일 수 없다는 걸 이 오디션은 보여준 면이 있다.

실제로 유야호의 ‘톱10귀’라는 자칭과 그래서 치러진 블라인드 오디션은 취지는 좋았지만 때론 당혹스러운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카더가든 차정원 같은 독보적인 음색을 가진 보컬리스트가 탈락한 부분은 나중에 정체가 공개된 후 유야호마저 당황하게 만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정민인 줄 알고 탈락시켰던 도경완을 ‘자신의 실수’라며 인정해 다시 합격시켜 오디션에 참여시킨 일도 되돌아보면 유야호가 말하는 ‘편견 없는 오디션’의 지향과 그래서 지켜져야 할 ‘객관적인 심사’와는 잘 맞지 않는 과정들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객관성이 깨지는 오디션 과정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반색할 수 있었던 건, 결과와 달리 유야호의 취지에 대한 진심은 분명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완전한 톱10귀는 아니고(그건 설정이다), 다만 SG워너비에 진심인 자기만의 취향이 분명한 인물로 그런 남성 보컬 그룹을 진심으로 꾸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지만 진짜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이 형식을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보다 엄밀한 공정함을 요구하기보다는 유야호만의 기준과 취향이 전제된 결과가 주는 재미에 집중시키는 면이 있었다.

오디션의 룰은 깼지만,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유야호가 말한 것처럼 MSG워너비의 최종멤버들은 저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래퍼로만 알려졌지만 발라드도 기막히게 소화하는 쌈디나, 예능인으로만 알았지만 좋은 음색을 가진 가수였던 지석진, 배우지만 가수 못잖은 실력과 감성을 보여준 이동휘와 이상이, <슈퍼스타K5>의 최종우승자로서 진가를 보여준 박재정 등등. 저마다 새로운 매력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제공한 것.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마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형식도 얼마나 사람의 주관에 좌우되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우화처럼 보인다. 유야호는 그 우화 속에서 자신 역시 부족함을 드러내며 “결과에 대해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룰이 깨졌지만 시청자들도 반색하는 ‘전원 합격’은 경쟁만이 불문율이고 마치 그 경쟁이 공정한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에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렇게 전원 합격된 8인이 함께 내놓는 노래는 어떤 반향을 얻게 될까. 만일 이들의 향후 행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건 진짜로 경쟁만이 유일한 방법처럼 여겨지는 오디션 같은 현실에 제대로 한 방 먹이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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